3월. 졸업 시즌이면 들려오는 졸업송. 일본의 졸업식 문화는 한국과 비슷할지, 다를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일본 졸업식 기본 지식, 고전&현대의 일본 졸업 문화를 소개합니다~
<내용 소개>
일본 졸업식 풍경: 기본편
일본 초,중,고 졸업은 언제? 봄방학과도 관련
일본에서도 한국처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별로 졸업식이 진행됩니다. 일본의 초중고등학교는 3월 31일이 학년의 끝, 4월 1일이 학년의 시작으로, 졸업식은 초중교별로, 각 도도부현별로 조금씩 시기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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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小学校): 3월 셋째 주~넷째 주에 졸업식을 갖는 경우가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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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월 둘째 주~셋째 주에 졸업식을 갖는 경우가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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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월 1일, 2일 등 3월 첫째 주에 졸업식을 갖는 경우가 많지만, 2월 말, 3월 중순, 3월 하순 등 편차가 다양함.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졸업~중학교 입학, 중학교 졸업~고등학교 입학, 고등학교 졸업~대학교 입학까지의 기간을 ‘봄방학(春休み; 하루야스미)’이라고 합니다. 초, 중, 고 입학식은 지역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4월 6일~7일에 진행되므로 초등학교는 약 2주간, 중학교는 약 3주간~1개월 등 봄방학을 갖게 됩니다.
일본의 졸업식, 언제부터?: 일본 졸업식의 역사
<졸업식의 역사학(卒業式の歴史学)>의 저자인 릿쿄대학 아리모토 마키(有本真紀) 교수에 따르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졸업식 기록은 1876년(메이지 9년) 육군도야마학교(陸軍戸山学校) 생도들의 졸업식으로, 다음해인 1877년에 도쿄대학에서 제1회 졸업식이 열리면서 다른 관립, 공립 학교들에서도 졸업식을 치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초기의 졸업식은 근대 교육의 성과를 웅장하게 발표하는 형식으로 가족 외에 일반인들도 관람하는 ‘즐거운 이벤트’의 성격이 강했다는 것이 아리모토 교수의 설명입니다.
그러던 것이 메이지 30년대(1897년~1906)경이 되면서 초등학교(소학교)의 졸업식이 ‘학교생활을 집대성’하는 방식으로 정형화되었다고 하는데요. 특히 전후에는 국가주의적 의미를 갖는 학교 행사들이 폐지되는 가운데, 졸업식만은 중시되면서 ‘감정조달’의 기능을 갖게 되어 이른바 ‘감동의 졸업식(눈물의 졸업식)’으로 자리잡아갔다고 아리모토 교수는 설명합니다.
*참고: 2021년 3월 25일 ほとんど0円大学 <“涙の卒業式”はなぜ生まれたの?『卒業式の歴史学』の著者に聞く、日本特有の文化が育まれた理由。とは?>
요비카케(呼びかけ), 졸업송(卒業ソング; 소츠교송구)
이렇게 ‘감정’을 중시한 졸업식이 되어가서일까요? 일본의 학생들 중에는 졸업식의 감동과 함께 ‘요비카케’, ‘합창’ 등의 졸업식 행사 연습으로 힘들었던 것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많이 진행되는 ‘요비카케(呼びかけ)’란, 일본 졸업식만의 독특한 풍경인 듯한데요. 한 학생이 “즐거웠다(楽しかった)”하고 선창하면, 나머지 졸업생들이 일제히 “수학여행(修学旅行)!” 하는 식으로 이어가는 졸업식 대표 코너입니다.
이 요비카케에 이어 ‘졸업송(卒業ソング)’으로 감동의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 일본 졸업식의 전통. 일본에서 잘 알려진 졸업송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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旅立ちの日に(타비다치노 히니): “여행을 떠나는 날에”. 교사들이 학생들을 보내는 노래로 유명한 합창곡. 1991년 사이타마현 지치부시의 한 중학교 교사들이 만든 합창곡으로 작사는 당시 교장 선생님, 작곡은 당시 음악 선생님. 멋진 가사로 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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仰げば尊し(아오게바 토우토시): “우러러 볼 만큼 존경하는”. 제목의 뜻처럼 스승의 은혜에 대해 감사하는 노래. 메이지 시대부터 불러온 역사 깊은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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贈る言葉(오쿠루고토바): “보내는 말”. 일본 포크 그룹 가이엔타이(海援隊)의 1979년 발표곡. 보컬이자 리더로 곡의 작사를 담당한 다케다 데츠야(武田鉄矢)가 주연한 드라마 <3학년 B반 킨파치 선생(3年B組金八先生)> 첫 시리즈에 주제곡으로 사용되면서 유명해짐. 졸업식에서 많이 불리면서 드라마 같은 ‘감동의 졸업식’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데도 큰 역할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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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月9日(산가츠 코코노카): “3월 9일”. 일본의 록밴드 레미오로멘(レミオロメン)의 곡으로, 본래는 결혼하는 친구를 위해 만든 곡이라고. 드라마 <1리터의 눈물(1リットルの涙)>의 삽입곡으로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친구를 위한 곡이라 졸업송으로 사랑받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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手紙~拝啓 十五の君へ~(테가미~하이케 쥬고노 기미에~): “편지~하이케(안녕) 열다섯의 그대에게”. 싱어송라이터 안젤라 아키(アンジェラ・アキ)가 2008년 NHK전국학교음악콩쿠르 중학생부 과제곡으로 제공하면서 유명해짐. 고민하는 열다섯 살이 자신을 응원하는 미래의 자신과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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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LL: 일본 밴드 이키모노가카리(いきものがかり)의 곡. 서정적인 멜로디와 다음 단계로 가기를 독려하는 내용의 가사로 졸업송으로 사랑받음.
기념촬영(記念撮影; 기넨사츠에), 칠판 아트(黒板アート; 고쿠방아토)
강당에서 요비카케, 졸업송, 송사, 답사 등으로 대표되는 졸업증서 수여식을 갖고 난 뒤에는 다시 교실로 돌아와 담임 선생님의 마지막 멘트를 듣고 정든 친구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것이 기본적인 흐름입니다. 이때 배경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칠판 아트’. 말 그대로 칠판을 졸업생들을 위한 메시지와 그림 등으로 꾸미는 것으로, 선생님이나 미술 실력이 있는 학생들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접 보고 감동을 받고, 사진을 남겨 오래 추억할 수 있어 요즘도 인기가 많습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졸업의 상징인 ‘사쿠라(桜)’, 즉 벚꽃을 활용한 그림과 “卒業おめでとう(졸업 축하해)” 하는 문구 등이 기본~
요세가키(寄せ書き)・시키시(色紙)・편지(手紙; 테가미)
당일 기념 촬영도 즐겁지만, 사전에 촬영해 만들어진 졸업앨범을 수령하는 것도 졸업식의 즐거움 중 하나죠. 일본에서는 졸업 앨범의 빈 페이지에 롤링 페이퍼 방식으로 친구들에게 부탁해 메시지를 적어받는 ‘요세가키(寄せ書き)’ 문화가 있습니다. 요세가키를 적기 위해 별도로 디자인한 종이인 ‘시키시(色紙)’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졸업하는 선배, 감사한 선생님께 미리 준비한 편지(手紙)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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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졸업식과 일본 문화: 고전편
다음으로는 졸업식의 ‘고전’으로 여겨지는 일본 문화를 소개합니다.
두 번째 단추(第2ボタン; 다이니보탄)
일본에서는 졸업식 때 교복의 ‘두 번째 단추(第二ボタン)’를 소중한 사람에게 주는 전통이 있어왔습니다. 자기가 먼저 주는 경우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달라고 해서 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왜 두 번째 단추일까?
졸업식에서 주고받는 두 번째 단추는 목까지 단추나 후크로 채워 입는 남자 교복인 ‘츠메에리(詰襟)’ 교복(속칭 ‘가쿠란(学ラン)’)의 총 다섯 개 단추 중 두 번째 단추를 말합니다. 심장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단추로 ‘마음을 준다’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이야기됩니다.
단, 남자 교복 중 블레이저(ブレザー), 즉 재킷 타입의 교복이 많아지면서 조금 변화가 생겼습니다. 블레이저의 경우 오히려 배꼽 근처에 위치하기 때문에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넥타이’를, 가볍게 주고받을 때는 ‘두 번째 단추’를 주고받기도 한다고~
*참고: 2021년 5월 3일 日本文化研究ブログ <卒業式 学生服の第二ボタンの意味と由来とは?第一、第三ボタンの意味は?>
하쿠센나가시(白線流し)
‘남학생은 검은 학모의 하얀 선(白線; 하쿠센)을, 여학생은 세일러복(세라복)에 묶는 하얀 스카프를, 함께 졸업하는 친구들의 것까지 길게 묶어 강으로 흘려보낸다.’ 기후현의 한 고등학교에서 80년에 가깝게 계속되어 오는 졸업 행사의 내용입니다. "흰 선 흘려보내기"라고 하는 뜻의 "하쿠센나가시(白線流し)"라고 불리며 드라마의 소재로 다루어지며 유명해졌습니다. 처음에는 남자 중학교인 히다중학교에서 시작되었지만, 이후 남녀공학인 기후현립 히다고등학교(斐太高等学校)에서 진행되어 흰 선뿐 아니라 흰 스카프도 함께 흘려보내게 되었습니다.
강을 사이에 두고 학교 쪽 강변에 재학생들이 늘어서서 장중하고 슬픈 느낌의 <송별가(送別歌)>를 부르면, 강 건너편에 늘어선 졸업생들이 <하조가오카 이별의 노래(巴城ヶ丘別離の歌; 하죠가오카베츠리노 우타)>를 부르면서 하나로 묶은 흰 줄과 흰 스카프 묶음을 강 하류로 흘려보냅니다.(*두 노래 모두 학교의 오리지널 곡)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 행사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게 되었는데, 드라마에 이 행사가 소개된 것을 계기로 다시 부활하게 되었습니다. 1976년 <기노시타 케이스케 인간의 노래 시리즈(木下恵介・人間の歌シリーズ)> 중 <이른 봄 이야기(早春物語; 소슌모노가타리)>에 행사가 처음 소개되었고, 15년 뒤인 1992년 3월, 후지테레비의 다큐멘터리 <이별의 노래~히다다카야마의 조춘부・『하쿠센나가시』~(別離の歌〜飛騨高山の早春賦・『白線ながし』〜)>에서 같은 해 졸업하는 학생들의 하쿠센나가시 행사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1996년에는 '하쿠센나가시'에서 영감을 받은 드라마인 <하쿠센나가시(白線流し)>가 방영되면서 행사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드라마의 무대가 기후현에서 '나가노현(長野県)'으로 바뀐 것. 실제 나가노현에는 '하쿠센나가시'를 하는 학교가 없었다고 합니다. '특정 학교의 전통'이 '고등학교 졸업', '청춘의 이른 봄'을 상징하는 인상적인 소재로 활용된 예입니다.
청춘 드라마 <하쿠센나가시(白線流し)>
고등학교 3학년 남녀 7명의 청춘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총 11화)의 마지막회 제목은 <空も飛べるはず(하늘도 날 수 있을 거야)>. 일본의 인기 밴드 스핏츠(スピッツ)의 곡이 이 드라마의 주제곡으로 쓰였습니다. TOKIO의 나가세 토모야(長瀬智也),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에서 주인공 아역으로 출연했던 사카이 미키(酒井 美紀) 등 1978년생 배우들이 주인공을 맡았습니다. 1996년 드라마가 방영되는 시점에서는 열여덟 살이었습니다.
일본 드라마는 드라마가 끝나고 스페셜 드라마(SP)가 방영되기도 하는데요. 이 드라마 역시 1997년, 1999년, 2001년, 2003년, 2005년까지. 2년마다 꼬박꼬박 총 5번의 스페셜 드라마가 만들어졌습니다. 주인공들이 열아홉, 스물, 스물다섯... 대학 졸업 후 청춘을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일본 졸업식과 일본 문화: 현대편
요즘 일본의 졸업생들은 기본편, 고전편의 졸업식 풍경을 계승하면서, SNS에서 돋보일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 즐기기도 합니다.
교복 재킷 던지기(ブレザー投げ; 부레자나게)
학생들이 다 함께 ‘오메데토(おめでとう; 축하해)!’를 외치며 교복 재킷을 높이 던지고 그 사진을 포착한 사진을 ‘#ブレザー投げ(부레저나게)’, 즉 ‘교복 재킷(블레이저) 던지기’라는 해시태그로 SNS에 업로드. 처음 이러한 유행을 확산시킨 학생은 ‘코로나 시대가 되어 등교일이 줄어든 상황에서 추억을 남기고 싶어 모두에게 협조를 구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처음 ‘#ブレザー投げ’로 올라온 사진은 2014년 오키나와현. 그런데 오키나와현의 고등학교에서는 졸업식 행사로 종종 볼 수 있고, 20여년 전에도 재킷을 던졌다고 합니다.
*참고: 2021년 3월 9일 テレ朝news <最新“卒業式トレンド” 第2ボタンはもう古い!?>
꽃다발(花束; 하나타바), 드라이플라워(ドライフラワー)
또, 최근 일본의 학생들은 ‘교복 두 번째 단추는 예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대신 좋아하는 사람에게 꽃다발을 받거나 주며 예쁜 사진을 남겨 SNS에 업로드하는 것도 즐기고 있습니다. 생화도 예쁘지만 ‘드라이플라워’ 꽃다발이 특히 인기. ‘오래 남기고 싶다’는 마음에도 부합하고, 코로나로 집에서 드라이플라워 만들기를 해보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인스타그램 등 SNS에 ‘#ドライフラワー’, 즉 ‘드라이플라워’를 해시태그 사진도 많이 올라온 것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
한국과 비슷하기도 조금 다르기도 해서 재미있는 일본 졸업식 풍경. 정든 학교를 떠나는 마음을 담은 ‘졸업송’, ‘칠판 아트’를 배경으로 한 ‘기념 촬영’, 일본에서는 자연스러운 송별 의식인 ‘요세가키’와 ‘편지’ 등을 기본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달라고 하거나 말하기 전에 주는 ‘두 번째 단추’는 SNS에도 예쁘게 자랑할 수 있는 ‘꽃다발’로 진화했고, 코로나의 답답함을 날려보내는 듯한 ‘교복 재킷 던지기’도 SNS를 타고 널리 유행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졸업식’. 한국의 졸업 풍경과 비교해보면서 일본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좋은 키워드가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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