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든 태어난 나라가 아닌 곳에 가면 가장 먼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음식이죠. 처음 먹어본 음식들, 같은 음식인데 조금 다른 차이들. 그런 것들이 겹치고 쌓여 한 나라를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일본 생활 3년차. 이것저것 잘 먹고, 다양한 신제품들을 좋아하는 한 30대 여성의 일본 음식 체험기를 소개합니다(살짝 아재 감성^^).
<내용 구성>
“난 오코노미야키보다 몬자”, 몬자야키
“도쿄 지역에는 오코노미야키의 묽은 버전인 ‘몬자야키(もんじゃ焼き、もんじゃやき)’라는 게 있어. 난 오코노미야키보다 몬자야키를 좋아해.” 일본 친구에게 처음 듣고 궁금해서 먹어보게 된 몬자야키. 도쿄에서 유명한 곳은 츠키시마(月島)라는 곳으로 몬자야키 골목이 조성되어 있어 수많은 가게 중 어디를 들어가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적당히 맛있어 보이는 가게로 들어가서 착석~
몬자야키(もんじゃ焼き)는 밀가루를 묽게 풀어 철판에서 조리해 먹는 도쿄 근교 지역의 음식입니다. 오코노미야키(お好み焼き)와 비슷하지만, 반죽의 묽기 면에서 대단히 묽은 편으로, 소스 등 조미료가 함께 반죽에 섞이기 때문에 가열 후에 철판 위에 올려놓아도 여전히 묽은 채로 굳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생각보다 많이 묽어서, 숟가락보다 작은 주걱 역할을 하는 금속 모양 도구인 ‘가나베라(金べら)’로 재료와 살짝 구운 반죽을 떠먹는 느낌~ 오코노미야키의 묵직한 두께가 부담스러웠던 분들이라면 부담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오코노미야키는 소스 맛에 먹는다~ 하는 분들에게는 조금 어른스러운 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한다면 불판에 직접 구워먹을 수 있지만 몬자야키 초보에게는 조금 고난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재료도 척척 썰어가며 구워주는 것을 구경하는 것도 볼거리이니 마음 놓고 구워달라고 부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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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좀 튀겨보지~ 쿠시카츠
몬자야키가 도쿄 근교 지역의 음식이라면 쿠시카츠(串カツ、くしカツ)는 오늘날 기준으로는 오사카 지역 명물로 알려져 있죠. 메이지시대 말부터 도쿄 시타마치에서 먹었다는 견해도 있다고 하네요. 쿠시카츠의 ‘쿠시(串)’는 ‘꼬치’라는 뜻입니다. ‘카츠’는 ‘돈카츠’의 ‘카츠’니 튀김이라는 뜻이죠. 동글동글한 당고(団子) 중에서도 꼬치에 꽂힌 당고를 ‘쿠시당고(串団子)’라고 하죠.
지난해 여름 오사카에 2박 3일로 놀러갔을 때, 오사카에 사는 일본인 언니가 ‘쿠시카츠’를 먹겠느냐고 해서 먹어보겠다고 하고 따라가 먹게 되었습니다.
제가 간 가게는 분식집처럼 메뉴가 적힌 종이에 각 꼬치별로 숫자를 적어서 제출하는 방식으로 주문을 했는데요, 닭고기, 돼지고기 등 고기도 있고, 새우, 가리비살도 있고, 카보차(호박), 시이타케(표고버섯), 다케노코(죽순), 오쿠라, 렌콘(연근)도 있고 소세지도 있고~ 좋아하는 재료를 각자가 원하는 만큼 주문해시키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쿠시카츠의 매력은 무엇보다 친구들과 함께 손수 만들어 먹는 재미에 있는 듯합니다. 밀가루, 빵가루가 담겨 나오면 거기에 직접 재료를 굴려가며 잘 묻혀 온도에 맞게 달궈진 기름이 담긴 기계에 직접 넣어 튀겨 꺼내먹는. 일본에 와서 이렇게 자유롭게, 자기 마음대로,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가 별로 없었다는 것을 쿠시카츠를 먹으며 실감했습니다. 생각해보니 한국은 일본보다 삼겹살부터 즉석 떡볶이까지 직접 자기 손으로 제조해 먹는 요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단, 소스를 직접 제조해 먹는 것은 일본도 뒤지지 않을 듯합니다.
간토 지방은 돈카츠 소스(농후소스(濃厚ソース; 노코 소스)), 중농 소스(中濃ソース; 추노 소스)를 즐겨 먹는다고 합니다. 간사이 지방에서는 우스터 소스를 베이스로 해서 간장, 양조식초 등을 배합해 전용 소스를 만들어 제공하는 편~
>> 우스터 소스, 중농 소스, 돈카츠 소스
비슷한 듯 다른 세 가지 소스가 놓여 있으면 한국인들은 헷갈려버리죠;; 우스터 소스는 살짝 매운맛이 도는 묽은 소스, 그보다 살짝 진하고 단맛이 도는 것이 중농 소스, 돈카츠 소스는 과일을 사용하고 섬유질이 많아 부드러운 맛이 특징으로 가장 걸죽한 느낌입니다. 일본인들도 그 맛을 설명할 정도로 맛의 차이가 적으니 겁내지 말고 하나 골라도 괜찮습니다.
>> 난코츠, 츠쿠네
역시 일본인들에게는 친숙하지만 일본 생활을 하기까지 잘 접하지 못했던 것이 있으니 ‘난코츠(軟骨、なんこつ)’와 ‘츠쿠네(つくね)’입니다. 쿠시카츠의 재료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둘 다 일반적으로 닭고기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츠쿠네는 생선으로 만든 것도 있음), ‘난코츠’는 ‘연골’이라는 뜻인 만큼, 닭연골과 그 주변에 붙은 살입니다. ‘츠쿠네’는 닭고기살을 다져서 계란, 빵가루를 넣어 핫도그처럼 빚어 만든 것이 일반적입니다. 생강, 소금, 간장 등 조미료를 더해 짭조름한 맛이 납니다. 야키토리, 쿠시카츠로도 먹고 나베(전골) 요리에도 넣어 먹습니다. 저에게는 츠쿠네에 얽힌 조금 슬픈 기억이… 츠쿠네 중에 난코츠(연골)를 넣은 난코츠 츠쿠네가 있는데요. 전 동그랑땡의 식감을 기대했는데 뭔가 알 수 없는 것이 오독오독 씹혀서ㅠㅠ 개성 있는 식감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오히려 좋아하실 듯하네요.
라멘 면발 선택, 밥 말아 마무리!
30년 넘게 한국에서 살아온 저에게는 ‘소바’와 ‘라멘’을 생각하면 ‘소바’가 좀 더 고급스럽게 느껴졌었는데요. 실제로 테우치소바(수타로 면을 뽑은 소바)는 고급스러운 가게에서 적은 양을 비싼 가격에 내놓기도 하지만, 대중적인 소바 체인점에서는 무척 저렴하게 즐길 수도 있습니다. 반면 라멘의 경우는, 이상하게 생각보다 비싸게 느껴졌습니다. 도쿄역의 명소 라멘스트리트(*)의 가격표를 살짝 들여다보아도 970엔짜리 미소라멘 외에는 모두 1000엔이 넘습니다.
*‘도쿄 라멘 스트리트’ 한국어 이용 안내: https://www.tokyoeki-1bangai.co.jp/street/ramen/ko/
라멘집 중 입구 쪽 자판기에서 먼저 식권을 뽑아 제출하도록 된 가게들도 많은데요. 이 경우 몇 가지 질문을 받게 됩니다. 면발의 삶은 정도를 ‘카타사(硬さ; 단단한 정도)’는 거의 묻는 편이고, 경우에 따라 면을 곱빼기인 ‘오오모리(大盛り)’까지 무료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으니 원하는지를 묻기도 합니다. 최근 가게들이 많이 생겨난 매콤한 기름에 비벼 먹는 ‘아부라소바(油そば)’ 가게에서는 소스의 종류에 대해서 묻기도 합니다.
>> 라멘집 멘노카타사(麺の硬さ;면의 단단한 정도)
가게에 따라 삶는 시간과 제공 종류가 조금씩 다르지만 가게 안에 면 삶는 시간이 ‘15~20초(秒)’ 등으로 함께 적혀 있으니 참고해서 선택~(아래 시간은 참고용) 저는 ‘후츠’로만 소심하게 먹고 있는데, 일본인 남성들은 ‘카타메’도 많이 주문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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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나마): 생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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湯気通し(유게토오시): ‘김만 쐰다’는 뜻으로 0~3초 정도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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粉落とし(코나오토시): ‘밀가루를 떨어뜨린다’는 뜻으로 3~7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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ハリガネ(하리가네): 7~15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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バリカタ(바리카타): 15~2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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カタ(카타)・かため(카타메): 20~45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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普通(후츠): 40~7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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やわ(야와)・やわめん(야와멘): 90초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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バリやわ(바리야와): 180초 정도
>> 시메(締め、〆)
라면을 먹고 남은 국물(와리스프; 割スープ)에 적은 양의 밥(와리메시; 割飯、割り飯)을 말아 먹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먹는 것을 라멘집 전문 용어로 ‘시메(마감, 마무리)’라고 합니다.
걸죽한 스프에 면을 찍어 먹는 ‘츠케멘(つけ麺; ‘츠케’가 ‘찍다’라는 뜻)’의 경우, 남은 스프에 묽은 스프를 더해 마실 수 있도록 ‘스프와리(スープ割り)’를 해주는 곳들도 많습니다. 현지인처럼 마감하고 싶다면 “스프와리, 오네가이시테모이이데스카(스프와리, 부탁드려도 될까요)?”라고 질문을 던져봐도 좋겠죠?
현지인처럼 즐겨보자, 멘마와 베니쇼가
라면에 들어가서 처음 먹어본 것들로 ‘멘마’와 ‘베니쇼가’가 있습니다.
먼저 ‘붉은생강’이라는 뜻의 ‘베니쇼가(紅しょうが、べにしょうが)’는 쇼가(しょうが), 즉 생강의 뿌리줄기를 매실초에 절인 즈케모노(漬物; 절인음식)의 일종인데요. 단무지처럼 그대로 먹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색감・곁들임・입가심・별도 첨가의 성격이 강합니다. 오코노미야키, 다코야키 등에 쓰이는 잘게 썬 베니쇼가, 야키소바, 규동 등에 곁들여지는 채 썬 베니쇼가, 스시를 먹을 때 자주 보는 얇게 저며 단맛 나는 식초에 절인 하얀(아주 연한 핑크빛) 생강, ‘가리(ガリ)’의 대용으로 내는 얇게 썬 쇼가. 규동집이나 라멘집(특히 하카다라멘), 오키나와 소바 식당 등의 대부분은 베니쇼가가 든 그릇을 좌석에 비치해 두고 손님이 직접 토핑해 먹도록 하고 있습니다. 라멘 매니아인 일본인 친구는 ‘베니쇼가’ 맛에 라멘을 먹는다고도!
한편, 또 한 친구는 ‘멘마(メンマ)’와 ‘차슈(チャーシュー)’ 맛에 라면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멘마’는 죽순을 유산발효한 가공식품으로 ‘시나치쿠(支那竹)’라고도 불립니다. 솔직히 라멘을 먹을 때는 오득오득 식감이 좋다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친구가 병에 든 멘마를 시로고항(白ごはん), 즉 흰 밥에 올려 살살 비벼 먹는 것을 따라 먹어봤더니… 우왓! 정말 맛있었습니다. 슈퍼마켓에서 흔하게 파니 여행 중에도 구입해서 콘비니 흰 밥에 올려 먹어도 꿀맛, 이지 않을까요?
그 밖에 소바, 스시, 덴푸라 등 대표적인 일본 요리들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 궁금하시다면 <일본 음식 먹는 법, 더 맛있고 재밌게(+일본어 단어 공부)> 기사를 통해 공부해보세요~
중화소바(中華そば)>>
라면에 자주 올라가는 ‘차슈’는 얇게 저며 구운 돼지고기인데요. ‘라멘(ラーメン)’이 아니라 ‘중화소바(中華そば)’라고 쓰인 라멘집에 가면 쇼유라멘, 미소라멘, 돈코츠라멘 등이 아니라 ‘차슈멘(チャーシュー麺)’, ‘완탕멘(ワンタン麺)’ 등 ‘재료+멘(면)’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중화소바’라고 해서 라멘과는 다른 중화풍의 면요리인 줄 알았는데요, 몇 번 먹고 나서 찾아보니 그게 바로 ‘라멘’이었습니다. 일본의 식품회사 닛신식품(日清食品)이 쇼와 33년(1958년)에 치킨라멘(チキンラーメン)을 출시하면서 ‘라멘’이라는 용어가 보급된 것이고, 그 전까지는 일본 소바와 구분되는 중국 면을 사용한 지금의 라멘을 ‘중화소바’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 표현이 지금까지도 남아 ‘라멘’과 같이 쓰이고 있는 것이죠. 정리하면 ‘중화소바’에서는 ‘라멘’을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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