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가을, 새빨간 단풍이 산을 뒤덮는 이미지가 떠오른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가을처럼 예쁜 일본어 단어와 표현을 익힐 준비가 된 듯합니다.
<내용 구성>
모미지 기본 용어
모미지(紅葉)와 코요(紅葉)
‘단풍’이라는 말을 일본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모미지’와 ‘코요’, 그리고 ‘카에데’도 눈에 띕니다. 특히 ‘모미지’와 ‘코요’는 같은 한자를 쓰고 발음만 다르기 때문에 더 헷갈리는데요. 조금 정리가 필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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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紅葉 / 발음: こうよう(코요) / 뜻: 날이 추워져 식물의 잎이 붉거나 노랗게 변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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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紅葉 / 발음: もみじ(모미지) / 뜻: 단풍나무의 별칭.
모미지(紅葉、モミジ)와 카에데(楓、カエデ)
‘모미지’와 ‘카에데’는 모두 ‘단풍나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전문적으로는 잎의 모양으로 구분한다고 하는데요. 펼친 손가락 모양 단풍잎의 잎과 잎 사이, 즉 잎이 찢어진 부분(葉の切れ込み; 하노키레코미)가 깊이 파여 있으면 ‘모미지’, 잎과 잎 사이가 얕으면 ‘카에데’라고 부릅니다.
모미지와 카에데도 종류에 따라 OOO모미지, OOO카에데라고 부르죠. ‘이로하모미지(イロハモミジ)’, ‘하우치와카에데(ハウチワカエデ)’가 일본에서 유명한 모미지와 카에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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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미지(モミジ): ‘단풍들다’는 뜻의 ‘모미즈(もみず)’의 명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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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에데(カエデ): ‘개구리 손’이라는 뜻의 ‘케이루노테(カエルの手)’가 ‘카에루데’가 되었다, 다시 ‘카에데’로 준 말.
*삼림・임업 학습관 <모미지와 카에데의 차이> https://www.shinrin-ringyou.com/topics/kaede.php
모미지가리(紅葉狩り)
‘단풍놀이’에 해당하는 표현입니다. 일본에서는 ‘사냥’을 뜻하는 ‘가리(狩り)’를 ‘모미지’를 비롯해, ‘이치고(딸기)’, ‘부도(포도)’, ‘모모(복숭아)’ 뒤에 붙여 ‘딸기따기 체험’ 등 제철 과일 산지를 찾아 과일을 따 먹는 체험을 가리키긱도 합니다. 즉, ‘가리’는 ‘적극적으로 자연을 만나러 가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 셈이죠.
이로하(イロハ), 이로즈키(色づき)
‘이로하모미지’는 가타카나로 표기하는데요. 이중 ‘이로하(イロハ)’는 ‘色(이로)葉(하)’, 즉 ‘색깔 잎’이라는 뜻입니다. 발음이 참 예쁘죠?
단풍 관련 기사나 뉴스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이로즈키(色づき)’의 ‘이로(가)츠쿠(色がつく)’, 즉 ‘물이 들다’는 동사의 명사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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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관련 관용구: 키키가이로즈키하지메루(木々が色づきはじめる) -> 나무들이 물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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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紅葉), 붉게 물든 다양한 잎들
‘모미지’와 ‘카에데’가 개구리 손을 닮은 잎들을 매단 단풍나무라면, ‘코요(紅葉)’는 좀 더 다양한 나무를 뜻하겠죠? 단풍 다음으로 유명한 ‘은행나무’가 먼저 떠오릅니다.
이쵸(イチョウ)
은행나무는 ‘이쵸’라고 하고, 은행의 열매는 ‘긴난(銀杏)’이라고 합니다. ‘카에데’가 ‘개구리 손’이었다면, ‘이쵸’는 중국에서 ‘거위 발’을 닮았다고 붙인 한자를 가져온 것이라니, 재미있습니다. 도쿄 메이지진구가이엔(明治神宮外苑)의 '이쵸나미키(イチョウ並木)'는 146그루의 은행나무가 300미터에 가깝게 늘어서 있는 은행나무 명소입니다. ‘나미키(並木)’는 ‘길거리를 따라 심은 나무’라는 뜻으로, ‘가로수길’이라고 번역하면 좋을 듯합니다.
소메이요시노(ソメイヨシノ)
‘일본’ 하면 ‘사쿠라(桜; 벚꽃)’, ‘사쿠라’ 하면 ‘소메이요시노(ソメイヨシノ)’. 일본의 수많은 벚나무 중 가장 대표적인 일본산 벚나무입니다. 소메이요시노의 잎도 물론 붉게 물듭니다. 벚나무의 단풍인 ‘사쿠라모미지(桜紅葉)’는 모미지와 카에데, 즉 단풍나무보다 빨리 물든다고 합니다. 조용히 단풍을 즐기고 싶다면 모미지철보다 조금 이른 때에 벚꽃 명소를 찾아보면 좋겠네요. 도쿄라면 기치죠지의 ‘이노카시라 공원’, 교토라면 ‘가모가와’ 강변이 좋겠습니다.
하나미즈키(ハナミズキ)
히토토 요(一青窈)의 유명한 노래 제목이기도 한 하나미즈키(ハナミズキ). 한국인들에게는 조금 낮선 나무 이름이기도 한데요. ‘산딸나무’라는 낙엽교목입니다. 일본에는 가로수로도 많이 심겨져 단풍을 즐기기 좋다고 합니다. 다이쇼(大正) 시대(1912~1926)에 미국에 벚나무를 증정하고 답례품으로 받은 나무가 ‘하나미즈키’였다고 합니다. 펼쳐진 동백 같은 붉은 꽃, 작고 동그랗고 빨간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열매, 자연스럽게 물드는 잎. 앞으로 이런 나무를 보면 ‘하나미즈키’라고 알려줄 수 있겠죠?
츠타(蔦)
혹시, ‘蔦’ 이 어려운 한자가 조금 익숙하다, 싶은 분 계신가요? 유명한 ‘츠타야(蔦屋)’ 서점의 그 ‘츠타’입니다. 담쟁이라는 뜻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으려나요? 츠타 중에는 단풍이 지는 종과 지지 않는 종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츠타의 단풍은 ‘紅葉蔦(모미지츠타)’, ‘蔦紅葉(츠타모미지)’라고 불립니다.
아오모리현에는 꿈처럼 아름다운 사진으로 유혹하는 단풍 명소 ‘츠타누마(蔦沼)’가 있습니다. 이름은 ‘츠타(蔦)누마’이지만, 이곳의 단풍은 (담쟁이가 아니라) 대부분 너도밤나무(ブナの木; 부나노키. ‘부나’라고도 함)입니다. 호수부터 하늘까지가 벽이라면 그곳에 담쟁이가 드리워진 듯도 합니다.
단풍 절정, 미고로(見頃)
보고 싶은 단풍이 있다면, ‘(나무 이름 일본어로)+名所(명소)’로 유명한 곳을 검색해볼 수 있습니다. ‘(지역 이름 일본어로)+紅葉’로 각 지역별로 유명한 단풍 스팟을 찾아볼 수도 있겠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미고로(見頃)’, 즉 ‘단풍 절정 시기’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해마다 가을이 되면 곳곳에서 <紅葉見ごろ情報(모미지미고로죠호)>, <紅葉色づき予想(모미리이로즈키요소)> 등이 자주 눈에 띕니다. 그중 잘 알려진 일본기상협회의 ‘tenki.jp’에서는 일본 전국의 ‘모미지미고로(紅葉見ごろ)’를 물든 정도와 함께 표시해 한눈에 들어오게 정리해두고, 그날그날 갱신해나갑니다. 전국의 단풍 이벤트 개최 정보도 수록해두었으니 사진으로 잘 살펴보고 시기를 맞춰 찾아가보면 좋겠습니다(*). 남북으로 긴 지형인 일본에서는 ‘단풍 시즌’을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지역마다 차이가 크니 지역을 염두에 보고 단풍을 즐길 준비를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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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바(青葉): 물들기 전의 푸른 잎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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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즈키하지메(色づきはじめ): 물들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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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미지미고로(紅葉見ごろ): 단풍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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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아세하지메(色あせはじめ): 단풍 색이 옅어지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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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바(落葉、落ち葉): 낙엽.
*일본기상협회 홈페이지 <紅葉見ごろ情報 2020> https://tenki.jp/kouyou/ <全国の紅葉イベント開催スポット 2020> https://tenki.jp/kouyou/search/event/
모미지만쥬(もみじ饅頭)
단풍 모양의 귀여운 만쥬, ‘모미지만쥬’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히로시마현의 유명한 신사 ‘이츠쿠시마 신사(厳島神社)’가 있는 ‘이츠쿠시마[미야지마(宮島)라고도 함]’의 특산품입니다. ‘모미지’를 히라가나로 쓰는 것이 포인트! ‘모미만(もみまん)’이라는 귀여운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왜 하필 ‘모미지’ 모양의 만주를 만들었느냐 싶은데요. 이 섬에 ‘모미지다니(紅葉谷)’라는 유명한 단풍 명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모미지만쥬는 아즈키앙(小豆餡), 즉 팥소의 알갱이 없는 고운 버전인 ‘코시앙(こしあん)’을 사용했는데요. 이후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모미지만쥬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치즈모미지’, ‘맛차모미지’, ‘초콜렛모미지’ 등등… 그래서 이제 뒤의 ‘만쥬’를 뗀 ‘OO모미지’로 ‘OO가 든 모미지만쥬’라는 뜻으로 쓰고 있습니다. 1906년에 처음 만들어지고, 1910년에 상표 등록을 마친, 110년이 넘은 역사 깊은 만쥬입니다. 왠지 단풍을 보며 먹으면 더욱 달콤할 것 같습니다.
모미지로 대표되는 일본의 가을을 더 깊이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일본 가을: 풍경, 먹거리, 즐길 거리 가득~ 떠나보자!> 기사도 함께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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