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표현력을 풍부하게! 일상적으로 많이 접하는 날씨 표현의 한자와 뉘앙스를 잘 따져보다보면 일본어 상식이 부쩍부쩍 늘어납니다.
<내용 구성>
◆季節の変わり目、季節の移り変わり: 환절기, 계절이 바뀜
風薫る, 薫風: 초여름에 상쾌한 바람이 불다, 훈풍
한자를 표기할 때 사용하지 않다보니, 그 의미를 잘 모르고 쓰는 말들이 많습니다. 일본어 단어의 경우 한자를 외워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한자의 의미를 외워두면 그 뜻이 잘 와 닿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훈풍’이라는 표현. ‘훈’은 ‘훈훈하다’와 연결되고, ‘따뜻하다’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넘어가게 되는데요. 실제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뜻이 나와 있습니다.
-
훈풍(薰風): 첫여름에 부는 훈훈한 바람.
-
훈훈하다(薰薰하다): 날씨나 온도가 견디기 좋을 만큼 덥다.
알고 계신 분들도 있겠지만 ‘훈풍’, ‘훈훈하다’를 ‘여름’, ‘덥다’를 연결해서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듯합니다.
일본어에는 ‘風薫る(카제카오루)’라는 동사가 있습니다. ‘훈풍이 불다’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요. ‘薫る’는 ‘香る’와 함께 ‘카오루’라고 읽히며, ‘향기가 나다’의 뜻을 갖고 있습니다.
‘薫る’는 ‘코’가 아니라 ‘피부나 분위기로 느껴지는 추상적인 향기’가 나는 것을 뜻하고, ‘매끈거리는(つややか)’, ‘상쾌한(爽やか)’ 느낌을 갖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風薫る’는 ‘초여름에 상쾌한 바람이 불다’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기온이 여름이다 싶을 정도로 올라갔지만, 아직 불어오는 바람에 습기가 많지 않아 상쾌함이 느껴지는 날씨에 쓰기 좋은 표현이죠.
그 바람을 가리키는 명사인 ‘薫風(쿤푸우)’도 함께 기억해두세요. ‘薫風が吹く’라고 쓰고 싶을 땐 ‘風薫る’를 쓰면 일본어 실력이 업그레이드 되는 느낌이 들겠죠?
추천 기사
日光、陽光、日差し、陽射し: 햇빛, 햇살
‘햇살이 눈부시다’라는 표현을 쓰고 싶어 ‘햇살’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陽光(요우코우)’, ‘日差し(히자시)’ 등 몇 개의 단어가 나와 어떤 단어가 적절할지 고민됩니다.
한자 ‘日’는 ‘태양’을, ‘陽’는 ‘그늘과 그림자(陰影)’에 반대되는 상태를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그늘’과 상대되는 표현이니 만큼, ‘따뜻한 햇살’의 느낌을 갖고 있습니다.
두 단어에 ‘빛’을 뜻하는 ‘光’을 추가로 붙인 ‘日光(닛코)’와 ‘陽光’도 그래서 뉘앙스의 차이를 갖습니다. ‘日光’는 ‘月光(겟코우; 달빛)’에 대해 ‘해의 빛(태양의 빛)’의 의미를 갖게 되고, ‘陽光’는 ‘맑은 날 오후의 밝은 빛(햇살)’을 뜻합니다. ‘직사광선’에 해당하는 표현이 ‘直射日光’인 것을 참고해서, 과학적・객관적으로 쓰고 싶을 때는 ‘日光’, 문학적・주관적으로 쓰고 싶을 때는 ‘陽光’를 사용해도 좋겠습니다.
日差し?陽射し?: ‘差す’와 ‘射す’의 뉘앙스 차이
그런데, ‘햇빛’, ‘햇살’을 뜻하는 표현으로는 ‘히자시(日差し・陽射し)’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日が差す’, ‘陽が射す’의 명사형입니다. ‘差す’와 ‘射す’의 차이는 ‘뉘앙스’에 있습니다.
-
差す: 비쳐드는 느낌.
-
射す: 내리쪼이는 느낌.
‘日’와 ‘陽’에 ‘差す’와 ‘射す’가 더해지면, 표현이 네 가지나 만들어집니다(日差し・日射し・陽差し・陽射し). 복잡해보이지만, 그럴 수록 이 단어는 이때, 저 단어는 저때 하고 엄밀하게 구분하려 하기보다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자신이 의도하는 뉘앙스에 맞는 한자를 선택해서 사용한다고 생각하고 그 뉘앙스를 문장 속에서 관찰, 음미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陽光’라는 단어에서는 ‘요우(よう)’라고 읽었지만, ‘差し’와 ‘射し’ 앞에서는 ‘히’라고 읽히는 것도 참고로 알아두면 좋겠죠?
앞에서 ‘陽’가 (日에 비해) ‘따뜻한 느낌’을 담고 있기도 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래서 ‘陽射し’라는 표현을 들으면 왠지 겨울의 햇빛이 생각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눈부신 햇빛’이라고 표현하고 싶을 때, ‘눈부시다’가 ‘마부시이(眩しい)’니까, ‘眩しい日差し’인가? 하고 표현을 만들어보게 되는데요. ‘陽光の眩しさ’라는 표현도 자주 쓰입니다. ‘...の眩しさ’라는 ‘の’를 사용한 표현도 문어 표현으로는 멋진 표현이 될 수 있으니 기억해두세요~
季節の変わり目、季節の移り変わり: 환절기, 계절이 바뀜
계절과 관련해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 중 ‘환절기’라는 표현이 있죠. 일본 기상청에서는 3~5월을 ‘春(하루; 봄)’, 6~8월을 ‘夏(나츠; 여름)’, 9~11월을 ‘秋(아키; 가을)’, 12~2월을 ‘冬(후유; 겨울)’이라고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중 3~4월과 9~11월이 아침저녁(朝晩; 아사방) 온도차가 월평균 5도 이상으로 감기에 걸리기 쉽죠. 이럴 때에는 ‘환절기 건강 조심하세요’라는 문구를 쓰고 싶어집니다.
‘물건의 상태나 계절이 달라지는 때’를 ‘変わり目(카와리메)’라고 표현합니다. ‘경계선’이나 ‘갈림길’을 뜻하는 ‘境目(사카이메)’와 같이 ‘目’는 ‘눈’이라는 뜻 외에도 ‘인식할 수 있는 지점’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환절기’에 해당하는 말은 ‘季節の変わり目(키세츠노 카와리메)’.
‘계절이 바뀜, 계절의 변화’를 ‘季節の移り変わり(키세츠노 우츠리카와리)’라고도 표현합니다. ‘시간이 흐름과 함께 변화하다’라는 뜻을 가진 ‘移り変わる’라는 동사를 사용한 표현이니 ‘계절의 변화’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안성맞춤이죠? ‘아침저녁 부는 바람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낍니다(節の移り変わりを感じる)’와 같은 느낌으로 사용해보세요.
남북으로 길어 지역별로 계절별 기후와 날씨가 크게 다른 일본. 일본의 계절별 기후, 날씨의 특징, 주의 사항을 담은 <일본 기후, 날씨 바로 알기: 여행 전에 계절별 날씨 체크>의 내용도 읽어두시면 일본 생활, 일본 여행에 폭넓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天気、天候、気候、天、空: 날씨와 하늘
한국어에는 ‘날씨’라는 표현으로 대부분 표현하는데, 일본에서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날씨 좋다~’라고 할 때는 ‘天気いいね!’라고 해서 ‘날씨’가 ‘天気’인가 생각하면, ‘기후’를 뜻하는 말로 ‘気候’와 함께 사용되는 ‘天候’는 또 무슨 뜻인지… 한번 정리해둘까요?
-
天気(텐키): 어느 지점의 어느 시각의 종합적인 대기 상태. 기온, 강수, 구름의 양, 바람의 흐름, 기압 등… 몇 시간~며칠(길어도 2~3일) 사이의 날씨를 가리킴.
-
天候(텐코우): ‘天気’보다는 길지만 비교적 단기간의 날씨 상태. 1주일~1개월 정도(기상청 기준은 5일~1개월). ‘候’는 ‘징후’에도 사용하는 한자로 ‘뭔가 일어날 것 같은 조짐’, ‘표시’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
気候(키코우): 장기간에 걸친 날씨 상태. 주로 1년 단위.
-
[참고] 気象(키쇼우): 대기중에 일어나는 물리 현상(구름과 비, 번개, 기온, 온도) 전반. 기간과는 관계 없이 사용.
<여기서 잠깐> お天気(오텡키)・お天気の日(오텡키노 히)
“明日、お天気だといいですね!”, “お天気で何よりですね!”, “お天気の日でもまだ寒いね!” 이 문장들의 ‘お天気’는 ‘맑은 날씨(晴れ)’, ‘좋은 날씨(いい天気)’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오(お・御)’를 붙이지 않고, ‘天気だ’라는 표현만으로 ‘날씨 좋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お天気’로 날씨뿐 아니라 사람의 기분, 기분이 좋은 것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おやじのお天気が変わらないうちに(아버지 좋은 기분이 달라지기 전에. 아버지 기분 좋을 때)”처럼 말이죠.
참고로 기분이 그때그때 자주 바뀌는 사람을 ‘御天気屋・お天気屋(오텡키야)’라고 합니다.
하늘을 뜻하는 ‘天’과 ‘空’의 뉘앙스 차이
한자가 익숙하지는 않아도 ‘하늘 천, 땅 지...’ 하는 천자문의 첫 부분은 알고 있기 때문에, ‘하늘’은 ‘天(텐)’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空(소라)’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도 같고… 두 표현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역시 ‘뉘앙스’ 차이입니다.
-
空(소라): 구체적인 하늘.
-
天(텐): 추상적인 하늘. 인간을 뛰어 넘는 ‘신적인 것’. ‘地(땅)’과 대비해서 사용.
일반적으로 ‘하늘’이라고 할 때는 ‘空(소라)’라고 하면 무난합니다. 특히 ‘空が暗くなってきた(하늘이 어두워졌다)’, ‘空をとぶ飛行機(하늘을 나는 비행기)’이라고 할 때는 ‘높은 하늘’이지만 ‘天’이 아닌 ‘空’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조금 헷갈리는 표현들도 있습니다. ‘天(텐)’과 관련해 자주 사용하는 표현 중 ‘満天の星(만텐노 소라)’가 있습니다. ‘満天’은 ‘하늘에 가득찬 상태’, ‘하늘 가득’이라는 뜻을 갖고 있으니 ‘満天の星’를 번역하면 ‘하늘을 (가득) 수놓은 별’ 정도가 되겠죠? 일본인들 중에도 ‘満天の星空(하늘 가득 별하늘)’라고 ‘하늘’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를 중복해서 사용하거나, ‘満天’을 ‘満点’이라고 잘못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바르게 알아둡시다~ (‘별이 총총한 하늘’을 나타내는 ‘星空(호시조라)’는 맞는 표현입니다.)
맑은 하늘을 나타내는 ‘晴天(세이텐)’,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하늘을 나타내는 ‘青天(세이텐)’이라는 표현도 자주 사용되니 알아두세요~
반대로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를 ‘雨模様(아메모요)’라고 합니다. ‘모양’이라는 뜻의 한자인 ‘模様’을 사용해 혹시 ‘비가 어떻게 내리고 있는지’를 말하나? 하고 헷갈리기 쉬운데, 이 표현은 ‘아직 비가 내리지 않을 때’ 사용한다는 것이 일본기상협회의 설명입니다(*). 단, 오늘날에는 이 표현을 ‘비가 내리고 있는 상태’에도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이 NHK 방송 용어의 설명입니다(**). 문맥에 따라 어떤 표현으로 사용되는지 구분해야 하겠습니다.
*2019년 8월 18일 tenki.jp https://tenki.jp/suppl/y_kogen/2019/08/18/29343.html#sub-title-a
**2000년 8월 1일 NHK放送文化研究所 <「雨模様になる」は正しい?> https://www.nhk.or.jp/bunken/summary/kotoba/gimon/060.html
<관련 기사>
하레온나, 비요리, 코모레비… -> 아메, 하레, 카제, 사무이... 일본 날씨 표현과 일본어 공부
어떤 것은 한자? 어떤 것은 히라가나? -> 일본어 한자 공부: 일본어 상용한자란? 법률, 공문서의 히라가나, 한자 표기(ほか・他・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