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와 일본어 공부를 한 번에! 하이쿠의 기고(계절어), 슌(제철), 이치고가리(딸기체험), 모미지(단풍)... 일본의 계절 이야기

WeXpats
2020/03/05

한반도와 같이 사계절을 즐길 수 있는 일본. 생활 깊숙이 파고든 일본인들의 즐거운 계절 생활. 함께 들여다볼까요?

<내용 구성>

가장 좋은 때, 슌(旬)

계절을 만나러 갑니다~ 일본의 가리(狩り) 문화

기고(季語)로 계절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하이쿠(俳句)

왠지 이게 없으면 허전하다! 마케팅 단골 전략, 계절한정(季節限定)

가장 좋을 때, 슌(旬)

한국어의 ‘제철’에 해당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일본어의 ‘슌(旬)’입니다. 특히 먹거리에 자주 쓰이는 ‘슌’은 일본인들의 생활 속에서 그 시기에 수확되는 값싸고 신선한 제철의 재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집니다. 레스토랑의 메뉴판에서도 ‘슌의 요리(旬の料理)’, 즉 제철 재료를 사용해 만든 요리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손님의 입장에서도 기다리게 되는데요. 영어의 ‘Seasonal’이란 개념으로 생각하면 더욱 와 닿습니다. 재료들의 경우 일본어 단어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아래 ‘슌의 재료들’을 한번쯤 살펴보면 도움이 되겠죠? 

슌의 재료들

  • 봄 - 이치고(딸기), 다케노코(죽순), 다마네기(양파), 캬베츠(양배추), 우도(두릅), 세로리(샐러리), 아사리(바지락), 하마구리(대합) 등

  • 여름 - 우메(매실), 사쿠란보(버찌), 모모(복숭아), 스이카(수박), 큐리(오이), 나스(가지), 토마토, 피망, 토모로코시(옥수수), 오쿠라, 고야(여주), 묘가(양하), 카보차(호박), 자가이모(감자), 차, 가츠오(가다랑어), 다치우오(갈치), 아나고(붕장어), 우나기(장어), 스루메이카(오징어), 아와비(전복) 등

  • 가을 - 가키(감), 쿠리(밤), 이치지쿠(무화과), 부도(포도), 나시(배), 링고(사과), 멜론, 렌콘(연근), 카부(순무), 닌진(당근), 레타스(레터스), 사츠마이모(고구마), 고메(쌀), 산마(꽁치), 사바(고등어), 사케(연어), 시샤모(열빙어), 홋케(임연수어) 등

  • 겨울 - 하쿠사이(배추), 미칸(귤), 다이콘(무), 고보(우엉), 타라(대구), 부리(방어), 안코(아귀), 히라메(넙치), 가니(게), 아마에비(단새우), 후구(복어) 등

>>'계절별 일본 식재료'가 궁금하면 WeXpats Guide의 기사로 공부! 

계절을 만나러 갑니다~ 일본의 가리(狩り) 문화

일본인들을 레스토랑 식탁에 슌의 재료가 오르기만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오하나미(벚꽃놀이)와 마츠리 등 계절별 이벤트를 만끽하는 일본에서는 슌의 재료를 직접 만나러 가는 ‘가리(狩り)’의 문화도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두 가지를 소개합니다.

이치고가리(いちご狩り)

먼저 이치고가리부터 살펴볼까요? 이치고, 즉 딸기를 직접 따서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이른바 ‘딸기 체험’이라고 할 수 있죠. 도쿄 근교의 도치기 현(栃木県)이 딸기의 산지로 이치고가리의 명소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딸기 체험이라고 하면 꼭 어린이를 둔 가족 단위만 생각하기 쉽지만, 일본의 경우엔 젊은 대학생들이 친구들과 함께 소풍처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정해진 시간 정해진 하우스 안에서 딸기를 따서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인데요, 체험장에는 이치고로 만든 다양한 케이크, 아이스크림, 음료, 과자 등을 마련해두어 식욕과 구매욕을 자극합니다. 실컷 딸기를 먹고 두 손 가득 딸기 관련 제품을 사서 돌아와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 계절을 선물하는 이치고가리. 물론 이치고뿐 아니라 각종 과일, 야채 등을 산지에서 직접 먹을 수 있는 가리들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답니다. 참고로 도쿄 근교의 야마나시 현은 복숭아와 포도로 유명해서 “모모가리(桃狩り)”, “부도가리(ブドウがり)” 등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과일과 야채가 풍성한 봄과 여름, 즐거운 마음으로 “좋아하는 과일 이름+가리(狩り)”로 검색해볼까요?

모미지가리(紅葉狩り)

봄과 여름이 과일과 야채 가리의 시즌이라면, 가을은 뭐니뭐니해도 단풍, 모미지(紅葉)의 계절입니다. 특이한 건, 먹는 것이 아닌 단풍에도 ‘가리(狩り)’를 붙여, ‘모미지가리(紅葉狩り)’라고 한다는 것. ‘가리’가 원래 ‘사냥’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쩐지 매우 적극적으로 보이는데요. 일본인들의 단풍 사랑은 말 그대로 대단합니다. 각종 모미지 명소들을 찾아 단풍을 즐기는 이들. 야타이(屋台)가 마련된 곳에서는 야타이 음식까지 즐길 수 있으니 1석 2조라고 할 수 있죠.

일본의 단풍놀이에서는 ‘라이트업(ライトアップ)’가 더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야간 단풍놀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단풍이 아름다운 곳에 조명을 쏘아 더욱 로맨틱한 장면을 연출합니다. 일본다운 단풍놀이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라이트업이 있는 모미지 명소를 찾아보세요. 

모미지의 종류를 자세히 알아두면 감상이 더 재미있어지겠죠? <'모미지', '카에데' 뭐가 다르지? ‘코요’, ‘이로하’는 무슨 뜻? 일본 단풍과 함께 즐기는 예쁜 일본어>를 참고해보세요.

기고(季語; 계절어)로 계절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하이쿠(俳句)

5, 7, 5. 총 17자를 규칙에 맞게 읊는 일본의 정형시 하이쿠(俳句). 글자 수만 맞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하이쿠의 중요한 규칙이 바로 ‘기고(季語)’, 계절어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점을 생각하면 하이쿠가 자연과 계절을 노래하는 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하이쿠의 계절어와 그에 대한 해설을 담은 사전을 『歳時記(사이지키)』라고 합니다. 깊은 기고의 세계를 모두 소개할 수는 없지만, 잠시라도 그 종류를 음미해보도록 할까요?

하이쿠의 계절어, 기고(季語)의 예

  • 봄 - 梅の花, 春の雨, 蛙 등

  • 여름 - 夏の山, 梅雨, 虹 등

  • 가을 - 秋風, 月, 虫 등

  • 겨울 - 雪, 火事, オリオン 등

*봄의 기고인 ‘蛙(개구리)’, 가을의 기고인 ‘月(달)’은 특정 계절이 아니라도 언제나 볼 수 있죠. 이처럼 ‘봄의 기고로 하자’, ‘가을의 기고로 하자’ 하고 미리 약속한 기고들을 ‘약속의 기고(約束の季語)’라고 한답니다.

일본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분들을 위해 일본인들이 모두 알고 있는 유명한 하이쿠 시인, 마쓰오 바쇼(松尾芭蕉)의 가장 유명한 하이쿠 한 구를 소개합니다. 짧은 만큼 외워두면 상식과 교양이 배가되겠죠?

古池や蛙飛びこむ水の音(ふるいけやかわずとびこむみずのおと)

한국어 독음: 후루이케야(5)/ 카와즈토비코무(7)/ 미즈노오토(5)

한국어 풀이: 오래된 연못, 개구리 뛰어드는, 물소리

*이 시에 쓰인 봄의 기고인 ‘蛙’는 ‘かえる’・’かわず’의 두 가지 독음이 가능합니다. 

>>'하이쿠 쓰고 즐기는 법'이 궁금하면 WeXpats Guide의 기사로 공부! 

왠지 이게 없으면 허전하다! 마케팅 단골 전략, 계절한정(季節限定)

콘비니, 마트에서 맥주나 감자칩을 살 때, ‘季節限定’를 보고 집어든 적이 있나요? 카페나 레스토랑 메뉴판에 강조된 서체로 쓰여 있는 ‘季節限定’를 본 적은? 일본의 음료, 아이스크림, 과자, 상품 등을 위한 단골 마케팅 전략 중의 하나로 ‘季節限定’, 즉 ‘계절한정’ 전략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맥주는 사시사철 언제나 즐길 수 있는 것이지만, 봄에는 벚꽃 패키징을 한 봄 한정 맥주를 내놓고, 가을에는 단풍 패키징을 한 가을 한정 맥주를 내놓는 식이랍니다. 모 회사는 ‘각 계절에 맞는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맥주’라는 식으로 계절한정판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는데요. 일본 생활이 길어질수록 무던해지고, 또 가끔은 지나치다 싶기도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때는 ‘와!’ 하고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계절한정역(季節限定駅)

그런가 하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계절한정 상품도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계절한정역(季節限定駅)’이 아닐까요? 정확히는 일정 시기에 임시로 사용되는 ‘임시역(臨時駅)’라고 할 수 있는 계절한정역은 해수욕장, 스키장, 꽃밭 등 계절을 타는 관광지들에 설치되어 관련 이벤트 개최 시에만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홋카이도여객철도에서 운영하는 ‘계절한정역’으로 ‘겐세이카엔에키(原生花園駅)’와 ‘라벤다바타케에키(ラベンダー畑駅)’가 있습니다. 두 곳 모두 유명한 원생화원, 라벤더 꽃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꽃이 피는 계절에 한정적으로 운영됩니다.

음식, 문화, 관광까지 생활 깊숙이 계절을 느끼며 살아가는 일본인들. 일본을 살아가는 여러분도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계절을 만끽할 계획들을 세워 보면 어떨까요?

남북으로 길어 지역별로 계절별 기후와 날씨가 크게 다른 일본. 일본의 계절별 기후, 날씨의 특징, 주의 사항을 담은 <일본 기후, 날씨 바로 알기: 여행 전에 계절별 날씨 체크>의 내용도 읽어두시면 일본 여행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더 읽어보면 좋은 기사: 

일본의 봄 풍경이 궁금하다면 -> 일본 봄 여행 때 참고~ 날씨, 먹거리, 벚꽃 명소 소개

일본의 여름 풍경이 궁금하다면 -> 링고아메, 카키고리, 하나비! 일본의 여름 마츠리(마쯔리)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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