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 중에는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에 대해 들어보신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대략적인 의미는 알 것 같지만, ‘오모테나시가 뭐야?’ 하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설명할 정도의 지식은 갖고 있지 않다. 그런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드리면 ‘오모테나시란, 상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 씀’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러한 오모테나시의 유래와 어원, 매너, 서비스, 호스피탈리티 등 유사한 개념과의 차이를 해설합니다.
일본에서 오모테나시를 느낄 수 있는 장소들과 함께 직접 오모테나시를 실천하는 방법도 함께 소개드립니다.
<내용 소개>
・‘오모테나시’의 어원
・‘오모테나시’는 ‘사도(다도)’에서 시작되었다
◆‘오모테나시’와 비슷하지만 의미가 다른 단어들: 매너, 서비스, 호스피탈리티
・매너(マナー)란?
・서비스(サービス)란?
[참고] 일본의 료칸에서 ‘팁’을 주는 것이 오히려 실례인 이유
・호스피탈리티(ホスピタリティ)란?
[참고] 일본의 ‘오모테나시’와 한국의 ‘대접’
・1. 료칸(旅館), 호텔
・2. 요정(料亭; 료테이), 레스토랑
・3. 백화점
・어떻게 하면 상대가 기뻐할지 생각한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상대, 계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일본의 ‘오모테나시’란 무엇?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란, ‘상대가 바라거나 기뻐하는 것을 상상하며 스스로 행동하고 마음을 쓰는 것’을 말합니다. 상대방에게 예상 밖의 기쁨, 쾌적함을 제공해 감동을 전하도록 시행착오하는 ‘마음’이 바로 오모테나시의 원점입니다. 따라서 대가를 바라거나 노력했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어필하는 것은 ‘오모테나시’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오모테나시’라는 말은 ‘모테나시(もてなし)’에 미화어 ‘오(お)’를 붙인 공손어(丁寧語; 테네고)입니다.
‘오모테나시’의 어원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는 명사, 동사는 ‘모테나스(もてなす; 持て成す)’로 사전상의 의미는 ‘대접하다’, ‘환대하다’인데요. 관련해서 두 가지 어원이 있습니다.
1. モノを持って成し遂げる[모노오 못테 나시토게루]
‘モノ(모노)’는 일반적으로 ‘물건’, ‘사물’ 등으로 번역되지만 눈에 보이는 물건, 사물뿐 아니라 기분이나 마음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나시토게루(成し遂げる)’는 ‘끝까지 하다’, ‘완수하다’의 의미.
‘대상을 향한 마음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내 상대방을 기쁘게 하는 것’, ‘오모테나시‘의 어원 중 하나입니다.
2. 表裏なし[오모테 우라 나시]
두 번째 어원은, ‘表裏なし’, 즉 ‘겉과 속이 없음’이라고 이야기됩니다. 사람의 표정과 생각하고 내용, 즉 겉과 속에 차이가 없는 상태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즉, ‘오모테나시’란, ‘마음으로부터 상대에게 경의를 표하고, 상대방을 생각하며 행동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오모테나시’는 ‘사도(다도)’에서 시작되었다
일본에서는 오모테나시의 유래를 헤이안시대~무로마치시대에 걸쳐 일본인들 사이에 사도(茶道; 다도) 문화가 보급된 것과 관련지어 이해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다도는 차를 제공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기뻐하도록 다실, 도구, 예절, 마음가짐 등을 제대로 갖추어 최고의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사도’입니다. 이러한 사도의 마음 가짐과 자세, 행동 등에 바탕을 둔 오모테나시가 이후 다양한 상황에서 행해지게 되면서 ‘오모테나시’가 보급되게 된 것입니다.
일본 다도를 발전시킨 센노리큐(千利休)가 강조한 4가지 규범과 7가지 규칙을 살펴보면 ‘오모테나시’의 바탕이 된 생각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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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모테나시’와 비슷하지만 의미가 다른 단어들: 매너, 서비스, 호스피탈리티
매너, 서비스, 호스피탈리티. 일본에서도 쓰이는 단어지만 ‘오모테나시’와는 그 뜻이 다릅니다. 하나씩 그 의미를 들여다볼까요?
매너(マナー)란?
매너란, ‘예의’와 ‘법식(作法; 사호)’ 등을 의미하는 말로, 라틴어로 ‘손’을 의미하는 ‘manus’에서 유래했습니다. ‘manus’는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식사할 때 손을 사용하는 방법, 법도 등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인간관계에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매너’는 TPO(Time, Place, Occasion), 즉 시간/장소/상황에 맞게 지켜야 할 행동, 태도가 결정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매너와 다르게 ‘오모테나시’는 미리 정해진 형식이 없습니다.
또한, 매너는 늘 지켜야 하지만, 오모테나시는 본인의 기분에 따라 실천할 수 있는 점도 다릅니다.
[참고] ‘일본 문화’와 관련된 ‘매너’에 대해 궁금하시면 다음 기사들을 참고해보세요~
서비스(サービス)란?
‘일본 료칸은 정말 서비스가 좋더라~’ 자주 이야기하게 되지만, ‘서비스’와 ‘오모테나시’는 의미상 차이가 있습니다.
‘서비스’의 특징은 받을 때 대가가 발생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서비스를 받을 경우에는 상대에게 금전을 건네고, 제공하는 측은 대가를 받는 조건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예) 서비스료, 서비스 차지
‘서비스(service)’에는 ‘봉사’, ‘종사’의 의미가 있고, 따라서 제공하는 측과 받는 측 사이에 명확한 주종관계가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또한, ‘서비스’는 원하는 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베푸는 이의 마음에 따르는 ‘오모테나시’와는 다릅니다.
[참고] 일본의 료칸에서 ‘팁’을 주는 것이 오히려 실례인 이유
‘팁(Tip)’은 서비스(봉사)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주는 금품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건네지만 서비스에 대한 ‘대가’라는 측면이 강하므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오모테나시’를 베푸는 이에게 건네면 도리어 실례가 되는데요. 일본의 온천 숙박 시설인 ‘료칸’은 ‘오모테나시’를 중시하는 문화로 팁을 주기보다는 감사 인사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매너’입니다.
호스피탈리티(ホスピタリティ)란?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는 주종 관계를 전제로 하는 ‘서비스’와 달리 ‘제공하는 측과 제공받는 측이 대등’한 것이 특징입니다. 라틴어가 어원으로 ‘나그네 보호’를 뜻하는 ‘hospics’, 또는 ‘나그네 또는 베푸는 주인’이라는 의미의 ‘hospes’에서 유래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호스피탈리티’는 일본어로 ‘心遣い(코코로즈카이)’, ‘思いやり(오모이야리)’로 번역됩니다. ‘마음 씀’, ‘헤아림’, ‘배려’ 등의 뜻. 즉, ‘대등한 관계를 가지면서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을 갖고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호스피탈리티’입니다. ‘오모테나시’와 마찬가지로 대가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호스피탈리티를 바탕으로 하는 ‘호스피탈리티 산업’은 호텔 등의 숙박 시설, 레스토랑, 오락시설, 학교, 병원,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등 그 범위가 넓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호스피탈리티=오모테나시’라고 생각하는 이도 많지만, ‘오모테나시’는 앞에서 설명한 ‘다도의 자세’와 같이 제공하는 쪽의 ‘마음이나 자세 등 정신적인 면을 강조, 중시’하는 점에서 ‘호스피탈리티’와 구별됩니다. ‘오모테나시 산업’이라는 말이 없다는 점도 참고가 되겠습니다.
[참고] 일본의 ‘오모테나시’와 한국의 ‘대접’
한국에는 집에 손님을 초대해 손수 만든 요리를 대접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다 먹지 못할 만큼 넉넉하게 음식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님을 기쁘게 하려고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오모테나시’와 다르지 않습니다.
오모테나시를 느낄 수 있는 일본의 장소 3곳
‘오모테나시’의 자세와 정신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로 일본의 료칸이나 호텔, 요정이나 레스토랑, 백화점을 들 수 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오모테나시를 느낄 수 있는지 소개드립니다.
1. 료칸(旅館), 호텔
일본의 여관, 호텔 등의 숙박 시설은 오모테나시의 자세와 정신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식사 할 때는 요리를 가장 맛있는 상태로 제공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순서와 방법도 생각합니다. >> 가이세키 요리를 대접하고 받아 즐기는 방법
깨끗하게 청소된 방, 테이블이나 비품의 배치 등에서도 ‘손님이 기분 좋게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가 느껴집니다.
숙박 시설에 따라서는 오모테나시를 위해 직원이 몇 번이나 손님의 방을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줄 필요 없는데…’ 하고 부담을 느낀다면 사전에 어떤 때 방문하는지를 알아보거나, 정중하게 종업원에게 뜻을 전달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2. 요정(料亭; 료테이), 레스토랑
요정이나 레스토랑 등 음식점도 일본의 오모테나시를 느낄 수 있는 장소입니다. 요정에서는 계절별로 ‘슌(旬)’, 즉 제철의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 아름다운 식기, 마음이 평온해지는 공간, 계절을 느낄 수 있는 꽃 등에 ‘오모테나시’의 마음을 담습니다.
고급 요정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레스토랑에서도 ‘오모테나시’의 정신이 중시됩니다. 점원이 고객을 좌석까지 안내하거나, 손을 닦을 수 있도록 물수건이 제공되거나, 음식점에 따라서는 메뉴에 사진이 실려 있고, 영어, 중국어 등 다른 언어로 메뉴명이 기재되어 있는 등 손님이 편안하게 음식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3. 백화점
‘이랏샤이마세(いらっしゃいませ)’. 손님이 매장에 들어섰을 때 반드시 인사를 하고, 상품을 구입한 뒤에 손님이 매장을 떠날 때 ‘아리가토 고자이마시타(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라고 인사하며 깊숙이 인사하고 때로는 매장 밖까지 안내합니다. 선물(プレゼント; 프레젠토)인지 자택용(自宅用; 지타쿠요)인지 묻고, 선물이라면 깨끗하게 전할 수 있도록 여분의 봉투를 넣어주거나, 종이 봉투의 경우 비가 올 때 비닐로 한 번 더 젖지 않게 포장해주는 것도 기분 좋습니다.
[참고] 일본의 미용실에서도 손님이 계산을 마치고 거리로 나갈 때 문 밖으로 나와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오모테나시를 실천하는 방법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오모테나시’ 문화에 익숙한 일본인들을 접대해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오모테나시’를 실천하기 위해 마음에 담아두면 좋은 점들을 소개합니다.
어떻게 하면 상대가 기뻐할지 생각한다
번쩍이는 아이디어보다 시간을 들여 ‘상대가 무얼 바랄지’, ‘어떻게 하면 상대가 기뻐할지’ 생각해보는 것이 ‘오모테나시’의 포인트. ‘나는 OO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상대를 대하는 것은 ‘오모테나시’ 정신에 맞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지, 어떻게 느낄지’를 생각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금전적인 이익이 아니라 상대의 웃는 얼굴과 감사의 말을 받고 기뻐하는 것이 오모테나시의 핵심. 따라서 상대에게 자신이 들인 시간과 노력을 드러내 보이는 것은 상대에게 미안함을 느끼게 할 수 있기에 ‘오모테나시’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상대가 쾌적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합시다.
상대, 계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계절과 날씨는 어떤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상대를 편안하고 기분 좋게 하는 것이 오모테나시입니다. 어린이를 데리고 레스토랑에 갔을 때 아기 의자나 어린이 메뉴가 준비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더운 여름에는 얼음이 든 찬물을,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차를 제공하는 음식점도 오모테나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연령, 그날그날의 상황에 따라 임기 응변으로 세심하게 대응하는 것이 오모테나시에서는 무척 중요합니다.
마무리
오모테나시는 서비스와는 구분되는 일본의 오랜 문화입니다. 상대의 기쁨, 상대의 바람을 미리 그려보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오모테나시의 핵심입니다. 금전적인 대가나 이익과 연결 짓지 않고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행동하되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것. 그러한 마음과 자세가 바로 오모테나시입니다.
‘오모테나시’ 외의 일본 문화의 특징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일본 문화 특징: 종교, 음식, 예술, 일상생활, 직장문화>의 기사 내용을 통해 공부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