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일본 음식을 찾아서~ ‘ご当地(지역 명물)’ 라이스 4종 소개

WeXpats
2020/09/15

카레라이스, 오므라이스, 하이라이스… 일본에서 ‘양식(洋食; 요쇼쿠)’이라고 불리는 음식들 중에는 일본에서 ‘서양풍’으로 만든 독자적인 요리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특정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이색적인 양식 요리들이 많은데요. 지역 명물을 뜻하는 ‘ご当地(고토우치)’라는 표현이 자주 따라 붙습니다. 이름에 ‘라이스’가 들어 있어 밥이라는 것 말고는 어떤 음식인지 짐작되지 않은 지역 명물 라이스, 한번 살펴보실래요?

<내용 구성>

◆ 이시카와현 가나자와 - 한톤라이스(ハントンライス)

◆ 후쿠이현 에치젠 - 보루가라이스(ボルガライス)

◆ 나가사키현 나가사키 - 토루코라이스(トルコライス)

◆ 사가현 사가 - 시실리안라이스(シシリアンライス)

이시카와현 가나자와 - 한톤라이스(ハントンライス)

케찹을 넣은 버터라이스 위에 반숙 정도로 익힌 얇은 달걀 부침을 올린다. 여기까지는 오므라이스입니다만, ‘한톤라이스’는 그 위에 ‘흰살 생선 프라이’를 얹고 ‘타르타르 소스’를 끼얹습니다. 쉽게 말하면 생선튀김 오므라이스, ‘한톤라이스’입니다. 

흰살 생선 중에서는 ‘오효(オヒョウ; 넙치)’를 사용한 것이 한톤라이스의 시작이었는데요, 1976년에 ‘쟈만아키(ジャーマンあき)’라는 가게에서 처음으로 새우튀김을 올린 한톤라이스를 내놓았습니다. 지금은 생선튀김 버전과 새우튀김 버전,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한톤라이스는 1960년대 후반, 이시카와현(石川県) 가나자와시(金沢市)의 ‘쟈만베이커리(ジャーマンベーカリー; German BAKERY)’에서 운영하던 레스토랑에서 개발한 창작 메뉴입니다. 마카나이(賄い), 즉 스텝밀(staff meal; 직원 식사)로 만들어 먹던 ‘마구로(참치) 후라이 파프리카 버터라이스’에 젊은 세대들 입맛을 고려해 ‘케찹’을 더한 것이 한톤라이스의 시작. 쟈만베이커리에서 독립한 셰프들에 의해 가나자와 시내의 양식점에 퍼져나갔다고 합니다.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쟈만베이커리의 레스토랑은 문을 닫았지만, 가나자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지역 요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한톤’이야? 궁금해하시는 분들. 의외로 ‘헝가리(ハンガリー)’의 ‘ハン’과 프랑스어, 헝가리어로 마구로(참치)를 뜻하는 ‘トン(thon, ton)’의 합성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헝가리 가정 요리 중 흰살생선 튀김에 타르타르를 끼얹어, 파프리카와 소금을 뿌린 밥과 함께 먹는 요리가 있는데 그쪽에서 온 것이 아닐까 싶다는 것인데요. 처음 시작된 것이 벌써 50년 전이므로, 가나가와의 요즘 젊은이들 중에는 모르는 이들도 꽤 있다고 합니다. 

후쿠이현 에치젠 - 보루가라이스(ボルガライス)

다음 요리는 ‘보루가라이스(ボルガライス)’. 후쿠이현(福井県) 에치젠시(越前市)에서 1980년대 이전부터 등장한 메뉴로, 돈가스를 얹은 볼륨감 있는 오므라이스입니다. 앞에서 ‘한톤’이 ‘헝가리’와 관련 있었다면, ‘보루가’는 ‘러시아’의 지명이라는 설과 ‘이탈리아’의 지명이라는 설이 있는데요, 오히려 그 유래를 알 수 없는 미스테리함이 매력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유서 깊은 지역 명물요리임에도 정작 지역민들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별로 높지 않았던 보루가라이스. 그러나 2009년 12월 <일본경제신문>에서 ‘아까운 후쿠이의 품질’, ‘후쿠이 현민의 홍보 부족, 홍보 열의가 없다’는 등의 기사와 함께 보루가라이스를 언급했고, 분기탱천한 후쿠이현의 직장인 세 명이 본격적인 보루가라이스 홍보를 시작합니다. 

직장인 세 명의 ‘자발적 마케팅’ 일본보루가라협회(日本ボルガラー協会)

목표는 ‘보루가라이스 학교 급식 제공’. 직접 만든 CM 세 편을 유튜브에 올리고, 보루가라이스를 제공하는 가게 정보를 홈페이지에 작성해 올리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무료로 보루가라이스 정보를 발신, 지역 출신 유명 만화가 이케가미 료이치(池上遼一) 씨에게 PR 포스터를 의뢰하기에 이르르는데... 

마침 이케가미 료이치 씨의 여동생이 보루가라이스 집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어찌어찌 연락을 해볼 수는 있었지만 유명 만화가의 포스터 제작비는 엄청난 가격. 그래도 ‘자발적’으로 일을 진행하기 위해 ‘1인당 천 엔’의 엔젤기금 형태로, 지역 사랑에 호소하며 약 70명에게 협력을 구해서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이후 여러 사람의 자발적인 참여로 ‘보루가라이스의 노래’, 보루가라이스를 의인화한 오리지널 캐릭터 ‘보루가쿠루스(堀賀来須)’, ‘보루가 요리교실’ ‘보루가라이스 전용 용기’ 등이 이어지면서 활동 시작 당시 5개였던 보루가라이스 점포가 19개까지 늘어났고, 치즈 보루가라이스, 중화풍 앙카케 보루가라이스, 수제 우동을 더한 보루가라이스, 소바 튀김을 토핑으로 뿌린 보루가라이스, 보루가 산도, 보루가 라멘, 보루가 오시즈시 등 등 다양한 메뉴들이 탄생! 

지역에서 ‘보루가 붐’이 일어나자, 이어서 전국의 TV, 신문, 잡지 등에서도 취재가 이어졌고, 편의점 벤또 제작, JAL(일본항공) 국제선 기내식 제공, 그리고 마침내 시내 5개 중학교의 스쿨런치로 제공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보통 2가지 요리 중 하나를 고르게 되는 급식 시스템에서 반반으로 갈리기 마련이지만, ‘보루가라이스’는 60%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인기 메뉴로 자리하게 되었다고~(*) 가벼운 자극으로 시작된 듯하지만 지역 히트 상품을 만들어내는 마케팅 사례로 좋은 참고가 될 듯합니다. 

* <武生に来たらボルガライス~やりたいことをやりたいときに~> http://www.jichiro.gr.jp/jichiken_kako/report/rep_hyogo34/01/0127_jre/index.htm

나가사키현 나가사키 - 토루코라이스(トルコライス)

‘토루코(トルコ)’는 ‘터키’. 그럼 ‘터키라이스’는 터키와 관련이 있을까요? 돼지고기 돈가스, 필라프, 스파게티가 한 접시에 올려진 것이 ‘토루코라이스’이니 그다지 깊은 관련은 없어 보이네요. 

토루코라이스의 필라프(볶음밥)은 주로 ‘카레필라프’, 스파케티는 달달한 케찹 맛의 ‘나폴리탄’, 데미글라스소스나 카레소스를 뿌리는 형태로 제공됩니다. 일본의 카페, 레스토랑에서 어린이용 식사로 제공되는 ‘오코사마런치(お子様ランチ)’의 어른 버전이라는 뜻으로 ‘오토나노오코사마런치(大人のお子様ランチ; 어른의 어린이 런치)’라는 재미있는 별칭을 갖고 있습니다. 

역사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추정. ‘토루코라이스’지만 이름이나 유래에 대해서는 ‘미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탄수화물 요리 두 종류를 한 접시에 올리는 경우가 터키에는 없을 뿐 아니라,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기 대문에 ‘돼지고기 돈가스’를 올린 요리에 ‘토루코’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실례’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데요. 굳이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면 ‘터키식 필라프’에 ‘타메릭’을 더한 요리를 ‘토루코라이스’라고 부르고, 반찬 격으로 돈가스와 스파게티를 한 접시에 올리면서 통칭 ‘토루코라이스’가 되었다는 설, ‘레스토랑 토루코’라는 가게에서 제공했기에 가게 이름에서 따왔다는 설, 볶음밥의 중국・스파게티의 이탈리아 그 두 나라의 가교 역할을 한 것이 토루코이기에 그런 이름을 붙였다는 설, 세 가지 음식이 올라가 프랑스국기 이름을 따 ‘트리콜로르’라고 했던 것이 ‘토루코’가 됐다는 설 등등 다양한 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사가현 사가 - 시실리안라이스(シシリアンライス)

시실리안라이스. 이번에는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의 이름을 딴 라이스 요리입니다. 흰 밥 위에 매콤달콤한 타레로 볶은 얇은 고기(주로 소고기), 양파, 달걀을 올리고, 레터스, 토마토, 오이 등 야채를 얹은 뒤 마요네즈를 살살 뿌려주면 완성! 

왜 ‘시실리안’인지, 누가, 어떻게 만들 게 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시실리안라이스. 토마토의 빨강, 달걀의 흰색, 레터스의 초록이 이탈리아의 국기와 비슷한 색이라지만 이탈리아의 많은 지명 중 왜 ‘시실리(시칠리아)’인지는 역시 알 수 없음~ 심지어 요리 개발자로 거론되는 요리사가 좋아하던 영화의 무대가 ‘시칠리아’였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이니 유래에 대해서는 더 묻지 말아야 할 듯합니다. 

사가현(佐賀県) 사가시(佐賀市)에서 ‘고토치 구루메(ご当地 グルメ)’, 즉 ‘지역 명물 요리’로 시실리안라이스를 적극 홍보하고 있습니다. 머리에 시실리안 라이스를 얹고 있는 예쁜 갓파(カッパ) 캐릭터인 ‘시실리안나짱(シシリアンナちゃん)’이 홍보대사로 임명되어 열심히 활동 중~ 일본어로 ‘시(シ)’가 ‘4’인 데 착안, 사가시관광협회에서는 ‘시시’, 즉 ‘4월 4일’을 ‘시실리안라이스의 날’로 지정, 일본기념일협회의 인정도 받아두었다는~ 이러한 적극적인 홍보로 사가현의 레스토랑, 카페 점포 20개 이상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시실리안라이스를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사가현에 들르면 한 번 맛보고 싶네요. 

*佐賀市はシシリアンライスdeどっとこむ 홈페이지 http://sicilianri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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