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떡국 ‘오조니’. 떡을 넣은 것은 비슷한데 조리법은 지역마다 가정마다 가지각색~ 달라봐야 얼마나 다를까? 싶지만, 서로 다른 요리라고 해도 될 정도로 재료도 맛도 천차만별입니다. 일본 각 지방과 현의 이름, 오조니에 자주 쓰는 재료들을 동시에 알아볼 수 있는 오조니 공부, 시작해볼까요?
<내용 구성>
◆[참고] 일본인들에게는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낯선 조니 재료들
오조니(お雑煮), 조니(雑煮)란?
떡을 주재료로 해 간장, 된장 등으로 다시를 낸 일본의 국물 요리입니다. 에도시대에 서민들 사이에서 널리 전파된 요리라고 하는데요. 일본조리과학회의 2009년 조사에 따르면 매년 오조니를 먹는다는 비율이 전국 평균 90% 이상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그중 70% 이상이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다고 응답했습니다(*). 한국에서 설날 아침에 떡국을 먹는다면, 일본에서는 조니를 즐기지요. 조니는 사용되는 떡도, 재료도, 다시를 내는 아지즈케 방식도 정말로 다양해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모치(餅)
조니에 넣는 떡은 크게 구운 떡(焼き)과 굽지 않은 떡(生), 사각형 떡(角餅; 가쿠모치)과 둥근 떡(丸餅; 마루모치)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사각형 떡은 ‘키리모치(切り餅)’라고도 합니다. 전국적으로는 ‘구운 키리모치’를 사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합니다. 벼농사를 짓지 않은 산간지역에서는 떡 대신 두부, 토란 등을 사용한 조니를 먹기도 했다고~
역사적으로는 마루모치를 손으로 만들어 먹다가 에도시대에 들어 인구가 집중되면서 크게 늘인 떡을 잘라서 생산 효율을 높인 ‘키리모치’가 도입되었다고 합니다. 에도를 중심으로 한 ‘동일본’은 ‘가구모치’, ‘서일본’은 ‘마루모치’라는 말도 있다고 하네요. 실제로 조사를 해보아도 이 서일본에서는 마루모치를 많이 사용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지즈케(味付け)
아지즈케(味付け)란, ‘맛 내기’라는 뜻으로 오조니의 국물 맛을 내는 방식을 말합니다. 2009년 일본조리과학회에서 일본 전국의 도도부현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아지즈케를 조사했는데요. 크게 ‘스마시’, ‘아즈키’, 시로미소’로 나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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すまし(스마시): 다시마(콘부), 가츠오(가다랑어)로 낸 다시국물에 소금, 간장으로 간을 한 것. 일본 전국적으로 조니에 가장 많이 쓰이는 아지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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あずき(아즈키): 팥. 돗토리현과 시마네현의 아지즈케로 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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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みそ(시로미소): 흰 된장. 긴키 지방과 시코쿠 지방 동부에서 주로 사용.
*내용 참고: 일본자연보호협회 <오조니로 보는 지역의 풍토> https://www.nacsj.or.jp/2017/12/7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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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니혼(東日本; 동일본)의 조니들
홋카이도 지방(北海道地方)의 조니
홋카이도가 단독으로 지방을 이루고 있는 홋카이도 지방. 본래는 아이누 문화가 자리했기에 본토의 조니 문화는 없었다고 합니다. 이후 개척 시대를 거치면서 조니를 만들어 먹는 문화가 시작되었고, 그래서 각 지역별로 다양한 조니를 만들어 즐긴다고 합니다.
도호쿠 지방(東北地方)의 조니
아오모리현, 이와테현, 미야기현, 아키타현, 야마가타현, 후쿠시마현. 홋카이도의 바로 아래쪽에 위치한 북쪽 지역으로 겨울에는 춥고 눈이 많이 내립니다. 따끈한 조니가 필요한 날씨겠죠?
쿠지라조니(くじら雑煮) /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青森県八戸市)
지방이 오른 고래의 등껍질(本皮; 혼가와)을 소금절임해 넣는 오조니. 부드러운 돼지고기의 식감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그 밖의 재료는 무, 당근, 우엉, 감자, 곤약, 시미도후, 파 등. 다른 지역에는 잘 넣지 않는 감자가 오히려 고래고기의 풍미를 흡수해 좋은 맛을 낸다는 평.
쿠루미조니(くるみ雑煮) / 이와테현(岩手県)
스마시지루(스마시 다시국물)에 와라비(고사리) 등의 산채, 무, 당근, 우엉 등을 넣은 조니. ‘쿠루미다레’를 별도로 만들어 재료를 찍어먹는 것이 특징이라 ‘쿠루미조니’라고 이름이 붙었습니다.
>>쿠루미다레(くるみだれ; 호두 타레): 호두를 프라이팬에 강불로 볶고, 얇은 껍질을 벗긴 뒤에 곱게 빻거나 푸드프로세스로 갈아 설탕, 간장을 더한 것.
호야조니(ほや雑煮) /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宮城県石巻市)
말린 ‘호야’, 즉 ‘멍게’로 다시국물을 내서 ‘호야조니’라고 불립니다. 내장을 제거하고 살을 소금물로 씻은 뒤 소금을 쳐서 구워 말린 것을 다시 다른 재료들과 함께 끓입니다.
야키하제조니(焼きはぜ雑煮) / 미야기현 센다이시(宮城県仙台市)
우엉, 당근 등을 채썰어 끓인 ‘하제’, 즉 ‘망둥이’라는 생선을 한 마리 통째로 구워서 얹은 조니. 그릇이 작게 보이는 하제의 비주얼이 인상적인 조니입니다.
주부 지방(中部地方)의 조니
니가타현, 도야마현, 이시카와현, 후쿠이현, 야마나시현, 나가노현, 기후현, 시즈오카현, 아이치현. 국토를 8개로 나누는 지방 기준에 따라서 묶여지지만 넓은 지역에 걸쳐 있는 만큼 각 현별로 식문화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죠?
사케토이쿠라노조니(鮭といくらの雑煮) / 니가타현(新潟県)
연어의 산지 니가타답게 연어와 연어알로 만든 조니. ‘오야코조니(親子雑煮)’라는 별칭으로도 불립니다. 홋카이도에서도 해먹을 수 있는 조니일 듯!
부리조니(ぶり雑煮) / 나가노현 마츠모토시(長野県松本市)
도야마 만에서 수확된 ‘부리’, 즉 ‘방어’를 넣은 조니. 부리는 전날 소금을 쳐서 하룻밤 재워둔 것을 사용하면 맛이 좋다고~ ‘부리’는 출세를 기원하는 의미로 길함을 상징합니다.
카부라조니(かぶら雑煮) / 후쿠이현(福井県)
시로미소(흰 된장)을 푼 다시에 조린 ‘카부(순무)’와 ‘마루모치(丸餅; 둥근 떡)’를 넣고 가츠오부시를 뿌린 심플한 조니. 지역에 따라 흑설탕을 뿌리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순무’라고 하면 붉은색을 떠올리기 쉬운데, 카부라조니에 쓰이는 카부는 흰색으로 굵기도 꽤 굵습니다. 교토의 된장으로 유명한 시로미소는 부드럽고 단맛이 나 야채가 들어간 나베에 쓰면 좋습니다. ‘카부가아가루(かぶが上がる)’는 ‘주식(株; 카부)이 뛴다’는 의미로 읽혀 재운을 상징한다고도~
간토 지방(関東地方)의 조니
도쿄도, 이바라키현, 도치기현, 군마현, 사이타마현, 치바현, 가나가와현
하바노리조니(はばのり雑煮) / 치바현 아와군(千葉県安房郡)
바다에서 딴 김을 말린 ‘하바노리(はばのり; 미역쇠)’와 ‘아오노리(青のり; 파래)’, 가츠오부시를 올린 바다내음 가득한 조니.
토리조니(とり雑煮) / 도쿄도(東京都)
스마시지루에 닭고기, 소송채(고마츠나)를 넣은 에도풍의 조니. 떡은 구운 떡을 사용.
니시니혼(西日本; 서일본)의 조니들
긴키 지방(近畿地方)의 조니
*오사카부, 교토부
미에현, 시가현, 효고현, 나라현, 와카야마현.
시로미소, 즉 흰 된장을 국물에 풀어 조니는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마구리조니(はまぐり雑煮) / 미에현(三重県)
시로미소 푼 국물에 ‘하마구리’, 즉 ‘대합’을 넣은 조니. 바지락 된장국에 떡을 넣은 느낌이겠죠?
키나코조니(きなこ雑煮) / 나라현 요시노군(奈良県吉野君)
시로미소를 푼 국물에 사토이모(里芋; 토란), 당근, 무와 마루모치를 넣은 조니. 떡을 별도로 마련한 키나코(콩가루)에 찍어 먹는 것이 특징.
아나고조니(あなご雑煮) / 효고현 고베시(兵庫県神戸市)
스마시지루에 구운 장어를 넣은 조니.
시코쿠 지방(四国地方)의 조니
도쿠시마현 가가와현, 에히메현, 고치현
앙모치조니(あんもち雑煮)/ 가가와현(香川県)
멸치(니보시) 국물에 된장을 풀고, 앙코(단팥)이 든 마루모치를 넣은 전국적으로도 희귀한 베리에이션의 조니. 단짠단짠의 맛을 구현할지?
후구다시조니(ふぐだし雑煮) / 가가와현 쇼즈군(香川県小豆郡)
‘후구’, 즉 ‘복어’ 중에서도 ‘나고야부구’라고 불리는 후구를 구워서 말린 뒤 다시를 내는 조니.
주고쿠 지방(中国地方)의 조니
돗토리현, 시마네현, 오카야마현, 히로시마현, 야마구치현
아즈키조니(あずき雑煮) / 돗토리현 이즈모시(鳥取県出雲市)
아즈키지루, 즉 ‘단팥죽’에 마루모치를 넣은 달콤한 조니. 마루코치 대신 상수리나무 열매로 만든 ‘도치모치(とち餅)’를 사용하기도 함.
카키조니(かき雑煮) / 히로시마현 히로시마시(広島県広島市)
스마시지루에 히로시마 명물인 카키가 들어간 조니 ‘후쿠(福)을 카키(カキ)이레루’, 즉 ‘복을 긁어 넣는다’라는 뜻으로 풀이되기도 합니다.
규슈 지방(九州地方) / 오키나와 지방(沖縄地方)
후쿠오카현, 사가현, 나가사키현, 구마모토현, 오이타현, 미야자키현, 가고시마현, 오키나와현
하카타조니(博多雑煮) / 후쿠호카현 후쿠오카시(福岡県福岡市)
구운 아고(あご), 즉 ‘날치’로 다시를 낸 스마시지루에 마루모치와 소금에 재운 부리(방어), 표고버섯, 사토이모(토란) 등을 넣은 생선+야채의 밸런스가 재미있는 조니.
에비조니(えび雑煮) / 가고시마현(鹿児島県)
건새우를 다시 재료와 주 재료로 쓴 조니.
스루메조니(するめ雑煮) / 구마모토현(熊本県)
스루메(스루메이카), 즉 ‘오징어’를 다시 재료와 주 재료로 쓴 조니.
돼지고기를 사용한 정월(설) 음식 / 오키나와현(沖縄県)
오키나와에서는 돼지고기를 사용한 국물 요리를 설 음식으로 즐깁니다. 돼지고기를 된장 국물에 넣어 끓인 ‘이나무도우치(イナムドゥチ)’, 돼지 내장을 스마시지루에 넣어 끓인 ‘나카미지루(中身汁)’ 등이 유명합니다.
[참고] 일본인들에게는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낯선 조니 재료들
>>나루토마키(なると巻き): 생선살을 주재료로 한 가마보코의 일종. 가마보코보다는 밀가루 맛이 나 소바 등에 넣어 먹기도 함. 단면이 소용돌이 무늬인 것을 '나루토마키(鳴門巻き)'라고 하며, 소용돌이 무늬 대신 '고토부키(寿)' 글자가 쓰인 것이 '고토부키 나루토'. '고토부키'는 '축하할 만한 일', '경사'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신년 음식이나 조니에 자주 사용됨.
>>시미도후(凍み豆腐): ‘凍り豆腐(코리도후)’, ‘高野豆腐(코야도후)’라고도 함. 두부를 얼린 뒤 저온 숙성한 뒤 건조한 것. 스폰지 상태로 보이며, 조림 요리에 자주 쓰임.
>>시메지(しめじ): 종류에 따라 모양에 꽤 차이가 있는 버섯, 시메지. 새송이버섯처럼 통통하지만 키가 양송이 버섯처럼 작은 것은 ‘혼시메지(ホンシメジ、本しめじ)’, 팽이버섯처럼 버섯들이 모여 있지만 키가 작고 머리 부분이 통통한 것은 ‘부나시메지(ブナシメジ)’. 일본의 나베요리, 스키야키에도 자주 쓰임.
*내용 참고: 일본자연보호협회 <오조니의 다양성과 생물다양성> https://www.nacsj.or.jp/2017/12/7760/
<관련 기사>
도도부현이란 어떤 개념? -> 똑똑한 일본 생활: 일본 주소 읽는 법, 일본 지역(지방)과 도도부현(都道府県) 바로 알기
스키야키는 어떤 요리? -> 일본 요리로 일본어 공부: 스키야키 편(+스키야키 레시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