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로시키(風呂敷). '후로(風呂)'는 욕조, 목욕탕이라는 뜻인데, '후로시키(風呂敷)'는? 목욕할 때 몸을 닦는 수건인가? ‘테누구이(手ぬぐい)’랑은 뭐가 다를까? 보자기로 예쁘게 사용하는 법은?
<내용 구성>
후로시키(風呂敷)란?
'후로시키'의 '시키(敷・敷き)'는 '깔다'라는 의미의 동사 '시쿠(敷く)'에서 왔습니다. '후로시키'는 직역하면 '목욕 깔개' 정도로 해석되는 천을 말합니다. 물건을 보자기에 싸서 보관한 것은 나라시대(710~794) 무렵부터 있었지만, '후로', 즉 목욕과 관련된 천의 역사는 무로마치시대(室町時代; 1336~1573)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무사 계급 영주들인 '다이묘(大名)'들이 '쇼군(将軍)'의 목욕탕에서 목욕을 할 때 각자 옷이 섞이지 않도록 가문의 문양인 '가몬(家紋)'이 그려진 ‘후쿠사(帛紗)’라는 천을 사용해 옷을 싸두고, 목욕 후에 그 천 위에 앉아 옷을 입었던 것에서 '후로시키'의 기원이었다고 합니다. 증기식 목욕탕에 여자는 유타카, 남자는 훈도시를 입고 들어가서 후로시키를 깔고 앉아 땀을 뺀 뒤, 밖에 나와 후로시키를 깔고 몸의 땀을 닦는 용도로도 사용했습니다.
에도시대(1603~1868년)에는 서민들 사이에 공중목욕탕인 센토(銭湯)가 보급되면서, 후로시키가 서민들의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목욕탕뿐 아니라 보따리 상인들인 행상들이 짐을 옮기는 운반용으로도 사용되었고, 같은 시기에 '여행'이 대중화되어 여행, 꽃놀이, 소풍 때에 후로시키에 짐을 싸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후로시키'에 '싸다'라는 의미의 동사 '츠츠무(包む)'의 명사형을 붙인 '후로시키츠츠미(風呂敷包み)'라는 표현도 사용되었습니다.
메이지시대(1868~1912)가 되어서는 결혼 예물, 아기의 첫 신사 참배 등의 행사, 상품 판매, 학교 가방인 란도셀 대용 등으로, 1970년대 나일론 후로시키가 대량생산될 때까지 일상적으로 폭넓게 사용되었습니다.
이름은 '목욕 깔개'지만 오늘날의 '보자기', '비닐봉투', '쇼핑백', '가방' 등을 모두 커버하는 유서 깊은 생활용품이 바로 '후로시키'입니다.
*내용 참고: 후로시키연구회 <風呂敷の歴史> http://furoshiki.life.coocan.jp/furoshiki-te-nani/furoshiki-rekisi/furoshiki-rekisi.html?/furoshiki-rekisi/furoshiki-rekisi.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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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로시키의 크기와 용도
후로시키는 정사각형(正方形; 세호케)에 가깝습니다 물건을 쌀 때의 신축성 등을 고려해 세로가 2~3% 정도 길게 만들진다고 하는데요. 크기는 한 변이 45cm인 것부터, 이불 등을 싸기 위한 한 변이 2미터 이상인 것까지 다양합니다. 크기별로 주로 사용하는 용도를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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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변이 45~50cm 정도: 작은 물건이나 도시락 포장, 북커버, 각티슈 포장, 관혼상제용 돈 봉투인 ‘노시부쿠로(のし袋)’, ‘긴푸(金封)’를 싸는 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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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변이 68~70cm 정도: 가장 일반적인 사이즈. 선물용 과자 상자나 병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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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변이 90~105cm 정도: 에코백이나 가방 대용(손잡이까지 만들 수 있는 크기), 노렌(暖簾), 테이블 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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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변이 110cm 이상: 커튼, 크로스 등 인테리어에 다양하게 활용 가능.양복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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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변이 128cm 정도: 방석 4개 포장 가능. 소파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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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변이 180cm 정도: 방석 6개 포장 가능. 코타츠 덮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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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변이 205cm 정도: 요와 이불 한 채 포장 가능. 싱글베드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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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변이 238cm 정도: 요와 이불 두 채 포장 가능. 더블베드 커버
이건 정말 편하겠네~ 후로시키 사용법
보자기로 포장하는 건 예쁘긴 하지만 왠지 손재주가 없으면 어려울 것 같다~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한국의 보자기보다 많이 사용되다보니 크기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어 용도에 따라 크기만 잘 선정해서 간단한 매듭 정도를 지어주면 ok~ 예쁜 모양의 천을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겠죠? 한 번쯤 도전해보기 좋은 후로시키 포장을 몇 가지 제안해봅니다. 자세한 포장 방법은 ‘風呂敷 OO包み’ 등으로 인터넷 검색해 보면 이미지와 함께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유튜브 등의 동영상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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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티슈 포장(ティッシュ箱包み; 티슈바코츠츠미): 의외로 간단하고 예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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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포장(すいか包み; 스이카츠츠미): 수박을 좋아한다면 꼭 연습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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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슈병 포장(一升瓶包み; 잇쇼빙츠츠미): 1800ml 병. 니혼슈를 일본 포장으로 선물해본다면?
인테리어나 선물용이 아닌 일상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것도 후로시키의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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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 포장(ペットボトル包み; 펫토보토루츠츠미): 손잡이까지 만들어서 예쁘고 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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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백 대용(シンプルバック; 심푸르박쿠): 장본 것을 넣으면 그야말로 멋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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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케이스 보조가방: 여행용 수트케이스에 간단히 매서 묶으면 귀엽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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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케이스 안에 물건을 담을 때: 양말, 속옷, 옷 등을 하나하나 따로 후로시키로 묶어 담으면 깔끔하게 정돈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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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닉 바구니 안에 깔기: 손수건으로는 작아도 후로시키라면 넉넉~ 안의 내용물이 보이지 않게 살짝 매듭도 지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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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천용 가방 커버, 손잡이 장식: 들고 다니는 가죽 가방 안에 넣어두었다가 비가 오면 커버처럼~ 손잡이에 말면 무난한 가방에 포인트를 줄 수도!
다양한 매듭 ‘무스비(結び)’로 멋을 더할 수도 있으니 후로시키 관련 사이트들을 다양하게 찾아보세요~ 매듭을 공부할 때는 푸는 방법 ‘ほどき方(호도키카타)’도 함께 알아두세요~
*JIKAN STYLE <風呂敷について> https://www.jikan-style.net/?mode=f8
테누구이(手ぬぐい)란?
후로시키와 함께 일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테누구이(手ぬぐい、手拭)’. ‘拭う(누구우)’는 ‘씻다’, ‘닦다’라는 뜻의 동사입니다. ‘손씻개’, 즉 ‘손수건’ 정도의 의미인 셈이죠.
‘후로시키’에 비해 ‘테누구이’는 땀이나 물기를 닦는 ‘수건’의 기능으로 더 많이 쓰입니다. 이에 일할 때 머리가 더러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더해 목욕시에 몸을 닦기 위해서도 쓰이며, 열기와 한기를 피하기 위해 목에 감기도 하고, 마츠리 등의 행사에서 장식용으로 머리에 감기도 합니다.
에도시대에는 소지품을 넣어다니는 주머니인 ‘킨챠쿠(巾着)’와 ‘테누구이’가 외출 필수품이었다고 하는데요. 멋스럽게 보이기 위해 허리춤에 달거나 머플러처럼 목에 감거나 하는 장식용으로도 쓰였습니다.
후로시키와 헷갈린다면, ‘목이나 머리에 감는 수건’은 ‘테누구이’라고 생각하면 ok~ 참고로 손수건을 뜻하는 영어의 ‘handkerchief’는 일본어로 ‘항카치(ハンカチ)’, ‘항카치후(ハンカチーフ)’라고 합니다.
테누구이의 대표적인 용도
머리에 쓰기
라면집에서 일하는 분들이 머리에 질끈 감는 수건을 ‘하치마키(鉢巻)’라고 하죠. ‘테누구이’의 대표적인 용도입니다. 테누구이를 머리에 뒤집어 쓰는 용도만 해도 다양한데요. 한번 살펴볼까요? ‘(머리 등에) 뒤집어쓰다’라는 뜻의 동사는 ‘카부루(被る)’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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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마키(鉢巻): 머리에서 가장 튀어나온 부분을 가리키는 ‘하치(鉢)’에 감는(巻く) 것으로, 운동회 등 정신력을 필요로 할 때 자주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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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상카부리(姉さん被り): ‘언니 쓰개’ 정도의 의미. 후두부까지 뒤집어 쓰는, 한국에서는 할머니들이나 옛 미용실 파마 때 보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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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카부리(頬被り): 머릴에서 뺨(頬)을 거쳐 턱에 매듭을 짓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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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나가시(着流し): 머리 위에 얹어 밑으로 흘러내리게(流し) 하지만 매듭은 짓지 않는 방식
크게는 이런 방식으로 나뉘지만, 접거나 묶는 방식에 따라 수많은 방식이 있고, 각 방식에는 저마다 부르는 이름이 있습니다. 가부키에서는 하치마키의 색이나 묶는 방식으로 장면의 의미나 인물의 성격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선물, 가부키 배우들의 명함, 광고
에도시대에는 목화의 재배와 함께 면직물이 보급되었습니다. ‘테누구이’가 널리 보급되면서 목욕 수건은 ‘유테・유데(湯手)’라는 별도의 이름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장식의 목적으로 테누구이를 머리에 쓰거나 목에 두르거나 허리춤에 달게 되면서 그림을 그려 넣거나 염색을 하게 되었습니다.
명절 선물, 답례품, 사은품, 이별의 선물 등으로 쓰였고, 가부키 배우나 스모 선수, 라쿠고가 들은 후원자나 손님의 이름을 테누구이에 써 넣거나 가문의 문양을 넣은 테누구이를 명함처럼 돌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규모가 큰 상점에서는 가게 이름인 ‘야고(屋号)’를 넣어 선전용으로 돌리거나 노렌을 제작해 가게를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복잡한 문양이나 아름다운 염색을 사용한 테누구이를 위해 ‘테누구이 전문 염색집’도 있었다니, 에도시대 테누구이의 인기가 짐작이 됩니다.
오늘날의 테누구이
손수건이 등장했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테누구이를 찾는 이들이 있습니다. 테누구이만의 독보적인 특징, 느슨한 평직물의 독특한 소재감과 함께 정사각형인 손수건과 후로시키가 갖기 못하는 넉넉한 길이감으로 역시 머리에 묵거나 목에 감는 데는 훨씬 편리합니다. 디자인 기술이 발달하면서 후로시키처럼 포장 용도로도 쓰이고, 무엇보다 기념품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액자에 넣거나 전용 걸이를 사용해 벽에 걸면 근사한 인테리어 소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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